가루가 될 것 같아
가루가 될 것 같아
  • 이민경 기자
  • 승인 2016.05.04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룸메이트가 장난삼아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너, 조만간 가루가 될 것만 같아”
고등학생 때 즐기지 못한 모든 활동을 대학생이 되어 가능하면 모두 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생이 된 작년부터 차근차근 일을 벌여오기 시작했다. 처음은 신문사였다. 글을 쓰고 싶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었고, 동아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체험하기 위해 학생 기자가 됐다. 다음은 축제 준비 위원회였다. 1학년이기 때문에 큰 역할을 맡지는 않았다. 축제 당일에만 열심히 일했을 뿐이었다. 축제 준비 위원회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에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준비 위원회에 큰 관심을 두게 됐다. 1학년 1학기는 내가 얼마만큼 일을 벌일 수 있는지 간 보는 일명 ‘맛보기 단계’였다고 말할 수 있다. 여름방학 때는 처음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대외활동을 갔다. 국내외 대학생들이 모여서 2박 3일을 함께했다. 1학년 2학기가 되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럽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1학기보다 학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내가 즐기고 싶은 모든 활동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영화가 보고 싶어 새벽에 영화관에서 2편을 연속으로 보기도 했고, 친구들과 부산으로 놀러 가기도 했다. 제2회 TEDxPOSTECH에 참가한 후에 제3회 행사의 기획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덜컥 행사의 기획자가 되었고, 겨울 계절학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남는 김에 새내기새로배움터준비위원회 활동을 하게 됐다.
2학년이 됐다. 나는 본격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올해 축제 준비 위원이 됐고, TEDxPOSTECH의 기획을 하고 있다, 신문사에서는 정기자로서 작년보다 더 많은 책임을 지고 더 많은 일을 하게 됐다. 전공수업을 처음 듣는 학기인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자고 결심하여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모두 소화하려 하다 보니 두 달 간 정말 지치고 힘들었다. 겨우 시험을 끝내고 난 지금은 과 주점과 축제 기획 행사 준비가 기다리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 일을 끝내고 나면 온몸이 ‘가루’로 소멸하고 몸속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텅 빈 상태가 될 것만 같다. 계속되는 바쁨으로 분반 행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하지 못했다. 이러다가 진짜 분반에서 가루가 되어 혼자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바쁘고 고단해서 괜히 심각하게 걱정을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늘, 항상 바쁜 순간이 끝나고 나면 그 힘들었던 모든 순간이 미화되어 좋은 추억으로 남았었다. 아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사람은 바쁨이 지속되면 금방 적응한다. 이전에 힘들었던 기억이 있기에 그보다 바쁘지 않다면 어떤 힘든 일도 그냥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바쁨에도 내성이 있다.
2학년이 되고 나서 후배가 생겼다. 후배들은 학교생활에 대해 종종 물어보곤 한다. 솔직히 말하면 바쁨을 굳이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학교에 와서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고등학생 때처럼 공부만 하는 생활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유로움과 기회를 놓치지 않는 행동력을 유용하게 사용하길 바란다. 주변에서 만류하더라도 소신 있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루가 된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만큼 나의 열정을 다해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가 된다. 모든 일을 가루가 될 것만 같을 때까지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모두가 그런 한 번쯤은 가루가 될 때까지 몰입하는 경험을 느껴봤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