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대학생이 생각하는 페미니즘
평범한 대학생이 생각하는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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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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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최근에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대학은 남자가 워낙 많은 대학이라 이런 문제에 좀 무딘 편이지만, 어느 단체나 조직을 가도 남녀 간 갈등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사실 어감이 좋지는 않다. 당장 나만 해도 페미니즘이 어쩌고~하는 얘기를 듣는 순간 ‘또 이 얘기인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 정도다. 자주 볼 수 있으나 가벼운 느낌으로 쓰면 되는 단어가 아니다. 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은 남자로서 드는 반감이 있다. 페미니즘은 남녀 간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는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 주요 목적이지만 사실 주요 대상이 남성인 것은 아니다. 성차별의 대상은 높은 확률로 여성이지 남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페미니즘으로 인해 내가 혜택을 볼 일은 별로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정말 여성이 그토록 차별받고 있는지 체감이 잘 안 된다. 학부 생활에서 특별히 이윤이 걸린 직책이 있어서 남녀가 대립하는 경우는 잘 없기도 하고, 내 근처에서 성희롱 같은 일을 본 적도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남자라는 이유로 자각하지 못한 채 받고 있는 혜택이 있다면 이런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SNS에 올라온 사례들을 보니 포스텍 내에서도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제법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성희롱의 법적 기준은 피해자가 성희롱이라고 느끼는 지로 규정되어 있는데, 피의자들은 고의가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성희롱이다. 어쩌면 내 행동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소규모 운동이었지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페미니즘이 필요하냐 필요하지 않으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필요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많은 여성 단체나 페미니스트들이 효과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일단 매스컴에서 남녀 문제로 토론할 때의 모습을 보면 별로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 내 기억에는 입대하는 군인을 비웃는 여성 단체의 대표 모습이 선명히 남아있다. 여성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페미니스트라면 이런 모습은 지양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녀평등을 논할 때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또 대학생들에게도 이슈가 되는 부분은 역시 취업이다. 취업 시장에서는 여러 이유로 인해 여자보다 남자를 선호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력단절이다. 여성은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에 공백이 생기며, 이런 이유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에 불행임은 자명하다. 페미니스트는 이러한 것들을 근거로 남성들을 설득해야 한다.
페미니즘과 남녀평등, 지겹지만 그래도 가끔은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유능한 페미니스트가 잘 발굴되어서 한국의 남녀평등을 이루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