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게기획,포항공대생의 성 문화] 성이라는 화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주게기획,포항공대생의 성 문화] 성이라는 화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 기 획 부
  • 승인 200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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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의 개방이 한창 문제가 되었을 때, 그에 대한 반대
의 이유의 하나로 무절제한 성문화의 유입이 있었다. 이는 성
의 억압이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어떻게든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에서부터 있었던 성의 억압의 정치 사
회적 근원은 논외로 하더라도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생명의
존엄성과 자유라는 껍데기 아래 숨어 있는 개인의 자유로운
성관계, 사회의 인식도에 맞춰져 있는 성의 억압과 개방의 기
준이다. 비록 성이라는 것이 육체적 결합이상의 의미를 가짐
에도 불구하고, 성에 대한 문제는 그저 겉으로 보이는 도덕
및 윤리 또는 사회적 통념의 잣대로 평가되고, 과거에는 성
에 대한 얘기가 왠지 불결하고 추하게 인식되어 접근하기가
더 어려웠다.

그러나 사회가 변해가면서, 성에 대한 인식은 그 어느 때보
다 개방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성에 대한 잣대, 금기를 하나
씩 깨가는 문화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성적인 욕망에 대한 표
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사회적 규범이 약화되고 그 결과 성이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접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TV안에서
도, 작년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힌 홍석천이나 트레스젠더
로 떳떳하게 방송에 등장한 하리수 같은 연예인들이 방송에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가 넓어졌다
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성의 개방성과 더불어 여성에 대
한 권리가 신장되면서 성폭력문제, 여성주의, 여성의 섹슈얼
리티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환기되어가고 있다. 여성섹
슈얼리티를 표방한 영화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반(反)성폭력
학칙 제정에 따른 전국 주요대학의 일련의 움직임들은 여성
의 권리가 커졌음을 말해준다.

앤소니 기든스는 이러한 현대의 성을 ‘조형적 섹슈얼리티’라
는 개념을 통해 조망하고 있다. 조형적 섹슈얼리티라는 것은
임신과 출산에서 해방된 성관계, 성의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완벽한 성해방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지
만, 남녀 차이에서 오는 성에 의한 차별의 해방, 남성중심에
서 벗어난 성을 지향하고 있다. 여성의 성적 자율성이 커지
고 동성애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금의 경우
성해방과 관련해 그 인식 또한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학교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비교적 성에 대한 문
제에 대해 그리 개방적이지는 못하는 듯하다. 남녀비율의 불
균형이나 학생, 교수, 직원이 한 집에 사는 듯한 분위기를 풍
기는 특수한 환경에서 당연히 성에 대한 문제는 아직까지 조
심해야 할 것이며, 대부분 학업에 의해 장기간 학교에서 성인
의 시기를 보내는 여건을 생각해볼 때, 대학사회 구성원 사이
의 솔직하고 개방적인 담론이 이뤄지기 힘들다. 또한 상대적
으로 여학생 수가 훨씬 작아 여성의 권리는 커녕 학생회관의
각층마다 화장실마저 없어 이에 대한 공동의 의견을 수렴하
기도 힘든 상황이다. 보통의 대학의 경우 여학생을 대표하는
여학생회에서 성에 관련한 문제와 여학생의 권리에 대한 문
제를 의논하지만, 그러한 기구조차 유명무실하다.

성과 관련해 타대학처럼 크게 논란이 일어나지 않는 우리학
교의 경우 무조건적인 기구 설치나 제도적인 문제의 해결보
다는 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선청되어야 한다 남녀끼리 성
에 관한 대화가 부족하고 공식적인 성교육이 거의 이루어지
지 않는 우리학교에서 성에 대해 개방적이고 현실적인 학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이는 우
리학교 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으로 그 필요성이 요
구되는 것이다.

현재 사회가 성의 개방화 노선을 달리고 있지만, 과거의 폐쇄
적인 성의식이 아직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성애를 유일
하게 자연스럽고 도덕적으로 정당하게 보아온 우리나라의 정
서가 아직은 동성애를 탄압하고 있고, 성에 대한 문제에 ‘남
성권력’을 비판하는 페미니즘을 보는 남성의 왜곡된 시선에
서 아직은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성의 구부러진 뿌리
를 볼 수 있다. 이는 사회와 관련한 문제를 우리 대학안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질 수 있다. 개
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성과 관련해 이성에 대한 배려를 할
줄 아는 자세는 타인의 성의식에 대한 이해를 고양시킬 수 있
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