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중공업의 쇠퇴
사회 - 중공업의 쇠퇴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6.04.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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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원동력, 중공업의 쇠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한강의 기적’이라 일컫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중공업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1968년 제2차 경제개발 계획기간 동안 제철, 기계, 화학, 조선을 4대 국책사업으로 설정하고 중점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이후 현대조선중공업(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현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삼성조선(현 삼성중공업) 등 다양한 조선회사가 세워졌다. 현재는 앞의 세 회사가 우리나라 3대 중공업 회사로 남아있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발전의 주역이자 수출품목 중에서 효자상품이었던 조선업계가 위기이다. 현대중공업이 발표한 2015년 연간 실적에 따르면 영업손실은 1조 5,401억 원으로 전년도의 3조 2,495억 원에 비해 52.6% 감소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5년 영업손실이 1조 5,019억 원이고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5조 5,051억 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속되는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힘든 한 해였다”라며 “조선 부문의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 취소, 해양 부문에서의 잦은 설계변경에 따른 공수 증가와 공정 지연 등의 영향으로 적자가 지속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영업손실의 여파로 2015년에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 300여 곳 가운데 50여 개 업체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폐업 업체는 현대중공업에 정식 등록된 업체의 16%에 달하는 비율로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30여 개 업체가 폐업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자사 보통주 144만 3,980주를 매각한다고 지난 12월 9일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면서 재무 상황이 나빠졌다”라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사주를 팔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비단 현대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중공업 기업들 전체가 겪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위기를 겪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은 올해 2월 4일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전달인 1월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실적이 0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조선사들의 월별 수주실적이 0을 기록한 것은 200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은 올해 1월 세계 선박 발주량이 2009년 5월 이후 최소 수준이고, 적게 발주된 선박들마저 중국이 물량 대부분을 가져갔기 때문이라고 분석됐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가가 폭락함에 따라 바다에서 석유를 캘 때 필요한 해양플랜트 사업 수주 또한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의 결과로 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부터 해양플랜트 블록을 제작하는 해양 2공장(울산 울주군 온산읍)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달 22일 “국제 유가 급락으로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줄어들어 이같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해양플랜트 제작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처음이다.
위의 그림을 참고하면 한국 조선업계에 주어지는 일감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말한 세 회사가 2015년에는 모두 조 단위의 큰 적자를 낸 것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일본 또한 조선업에서 많은 부분 우리나라를 뒤쫓아와 우리나라의 고부가가치 선박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조선업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에 대한 좋은 대처를 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일본 또한 우리나라에 조선업 역전을 허용했었지만,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선박 양이 감소한 것이 우리나라 조선업 몰락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미 많은 조선업계들이 세계적인 조선업계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고, 잃어버린 신뢰와 품질 보장, 그리고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조선업의 불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타 중공업 회사들은 조선업 이외의 다른 사업에 대한 투자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8일 영천, 군위지역에 400억 원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했다. 현대중공업은 에너지 분야 에너지 저장 장치 ‘ESS’사업 추진과 에너지 자립섬 사업 등 에너지솔루션 사업에 적극적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7일 한국전력과 ‘해외 풍력발전 사업에 대한 공동 개발, 건설과 운영 등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조선업을 살리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도전하며 나름의 전략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