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대나무 숲
문화 - 대나무 숲
  • 명수한 기자
  • 승인 2016.04.06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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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의 소식통, ‘대나무 숲’
최근 여러 대학이 신입생 행사의 폐단과 관련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행사 진행 중 있었던 성적인 행위나 음주 강요가 주된 문제였다. 네티즌들은 계속되는 대학가의 신입생 괴롭히기를 근절해야 한다며 많은 의견을 내놓았지만, 한편으로 이전부터 있었던 폐단이 외부로 알려지게 된 경위에도 관심을 가졌다. 바로 요즘 대학가마다 줄을 이어 생겨나고 있는 '대나무 숲'이다.
‘대나무 숲’은 동종 단체에 속하거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불만이나 애환을 토로하며 공감을 나누는 장이다. ‘대나무 숲’이라는 명칭은 임금님의 머리를 이발하면서 유일하게 임금님 비밀을 알게 된 이발사가 그 비밀을 외쳤던 곳이 '대나무 숲'이었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우화에서 유래됐다. 시작은 출판사 X라는 트위터 계정으로 익명의 한 출판사 직원이 내부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었다. 그 뒤 해당 출판사에선 직원 단속이 이루어졌고 글을 올렸던 계정은 사라졌는데 이후 해당 계정을 기리며 등장한 것이 ‘출판사 옆 대나무 숲’이란 이름의 최초의 '대나무 숲' 계정이었다. 이 계정에 수많은 글이 달리면서 인기를 얻자 ~옆 '대나무숲' 등의 유사 계정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현재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하소연하는 웹상의 장소로 ‘대나무 숲’이라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대학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서울대학교 대나무 숲’을 시작으로 많은 '대나무 숲'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바탕으로 생겨났다. 처음에는 교내 학우들 사이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나 고백 등을 익명으로 올려주는 ‘~학교서 전해드립니다’라는 소식통 계정을 계승하여 소소한 이야기나 고백 그리고 이런저런 고민을 다루는 것이 주요 역할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교내외의 폐단을 고발하거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글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앞서 다뤘던 일부 대학의 신입생 행사 관련 문제의 경우 여러 대학에서 계속해서 진행해 오던 행사였으나 최근 '대나무 숲'을 통해 이루어진 제보가 많은 관심을 받고 기사화되면서 문제점이 본격적으로 지적되었다. 그 외에도 고려대학교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온 문화인 사발식의 폐단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 회장단 이외에는 지원자들만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사화가 되지는 않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논의되었던 몇몇 대학문화들이 개선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 역시 '대나무 숲'을 통한 익명의 의견들이 시발점이 됐다.
이처럼 대학가의 '대나무 숲'은 기존의 소식통 역할을 넘어 현재 대학 사회 및 기존의 폐단을 변혁하는 토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먼저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이기 때문에 기존에 하기 힘들었던 사회적 발언 및 고발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불특정 다수가 밝혀낸 ‘실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주장에 근거를 뒷받침하기도 쉬운 편이다. 그리고 ‘대나무 숲’이라는 장소를 통해 학우들에게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다양한 목소리를 표출하고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나무 숲'이 사회적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은 맞지만, 앞서 장점 중 하나였던 익명성을 이용하여 타인에 대해 지나친 비방이나 왜곡된 정보 전달 등이 이루어지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련의 사건 등을 통해 대학가 내에서 ‘대나무 숲’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진 상태인데 이러한 글을 올릴 경우 대처를 하기도 전에 왜곡된 사실이 이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질 위험이 있다. 또한, 해당 교내 관련인이 아닌 외부인이 접하거나 글을 올려 여론을 흐리는 경우도 있다. 즉 ‘대나무 숲’의 영향력을 자신의 편의를 위해 이용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이제 대학가에 ‘대나무 숲’이 등장한 지 3년 차가 되어간다. 아직 세살밖에 되지 않았는 데도 대학의 문화를 바꾸고 여러 일을 기사화하는 등 사고를 치고 있는 녀석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이 악동의 행보에 우리는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조용히 ‘대나무 숲’을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린다.


<편집자 주>
‘대나무 숲’에 대해 조사하면서 우리대학의 ‘대나무 숲’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많아 ‘포항공대 대나무 숲’ 관리자에게 몇 가지 질문했다.
1. ‘포항공대 대나무 숲’의 필터링 방식: 명문화된 기준이 있으며 주로 특정인에 대한 부정적 거론 및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는 글과 익명성이 필요하지 않은 제보가 필터링 된다.
2. 관리자의 인수인계: 관리자 한 명과 신규 관리자가 만나 직접 기본적인 설명을 해준다.
3. 관리자들끼리의 친분 및 정기적인 모임: 관리자들끼리 서로 이름은 알고 있으며 모임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 그 외에 관리자임을 아는 외부 지인은 거의 없도록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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