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조교의 책임 의식, 피해자는 학생들
잃어버린 조교의 책임 의식, 피해자는 학생들
  • 김기환 기자
  • 승인 2016.04.06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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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2학년 1학기의 평범한 포스테키안이다. 이 과목 조교 수업 때는 2주에 한 번씩 퀴즈를 본다. 이는 성적에 반영되는 지표로 쓰인다. 최근 독감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퀴즈에 불참하게 되었는데, 조교로부터는 ‘재시험은 없다’, ‘0점 처리하겠다’라는 이야기밖에는 들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조교들이 자신이 맡은 과목과 일에 대한 책임의식의 부재라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는 독감을 앓고 난 다음주 해당 전공과목 조교시간에 필자와 조교가 나눈 대화다. 이전까지는 모든 교수님께서 출석을 인정하겠다고 말씀해주시고, 건강은 괜찮은지 걱정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전공과목 연습시간 조교께서는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이셨다.

학생(본인): 지난주에 독감으로 외출금지를 학교에서 내려 부득이하게 퀴즈에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할까요?
조교: 그걸 왜 제게 말하나요?
학생: 조교님께서 담당하시는 일이 아니신가요?
조교: 지금 지난주에 퀴즈 못 본 사람이 한두 명인 줄 아세요? 같은 교수님이시면 다행이지만 다른 교수님 분반에서 퀴즈를 본 학생들도 있습니다. 개인 사정 일일이 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재시험은 없습니다.
학생: 저는 개인사정이 아닌데요...
조교: 시비 거는 겁니까? 더는 할 말 없습니다.
학생: 재시험이 없다면 행정적으로 저는 어떻게 처리되는 건지 알려주세요.
조교: 0점 처리라고요. 0점 처리.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만 했을지 모르겠다. 이 단적인 예를 제외하고도, 내가 듣는 수업 교수님 분반의 다른 조교들은 “수업을 두 개 듣는다고 생각하고 공부해라”, “교수님이 가르치는 내용이 뭔지 모르니 퀴즈 범위는 예정된 그대로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조교들과 우리 조교를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그만두기로 하고, 저 말에 대해서만 생각해봤다. 만약 교수님께서 다른 교수님들과 다른 내용을 가르쳐 주신다면 조교가 교수님께 연락해 어떤 진도를 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 방법으로도 파악이 되지 않으면 수업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모든 것을 교수님의 탓으로 돌린 채 배우지 않은 내용을 숙제로 내주고, 퀴즈를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조교란, 그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만이 자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학습을 도와주시는 조교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만 좀 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방관하고, 상황에 맞는 일 처리를 하지 않는 조교를 보며 실망감이 컸다.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필자가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것이 필자의 잘못인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