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노 브랜드
사회 - 노 브랜드
  • 명수한 기자
  • 승인 2016.03.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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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더 강하다? 노 브랜드 열풍
요즘 SNS를 통해서 노란 빛깔의 소박하게 포장된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겉보기에는 왜 인기를 끄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포장은 대부분 노란빛이나 하얀빛 바탕에 제품의 모양이 그려진 것이 전부고 제품명은 내용물이 무엇인지 정말 솔직하게 알 수 있도록 감자 칩, 샴푸, 물티슈라고 적혀있다. 앞서 나온 정보만으로 ‘왜 이런 물건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을 한다면 그 답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겉보기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호감을 사는 것에 전념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2015년 4월부터 이마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이 상품들은 일명 노 브랜드(No Brand)로서 브랜드에 의해 매겨지는 부가 가격을 줄이고 싼값에 물건을 대량으로 제공한다는 취지로 판매되고 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 이상 기존의 동종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덕분에 많은 소비자의 호평을 받으며 SNS와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노 브랜드 상품의 매출은 작년 7월 기준 20억 원에서 작년 12월 55억 원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그런데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것만으로는 노 브랜드의 성공을 설명하기 힘든 감이 있다. 그 예로 노 브랜드 감자 칩의 등장으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프링글스는 마찬가지로 값싼 감자 칩이 존재했던 몇 년 전만 해도 비싼 가격을 무릅쓰고 소비자들이 선택하던 감자 칩 브랜드의 대표주자였으며 만두나 버터 쿠키, 기타 생활용품 등의 다른 제품들 역시 이전부터 브랜드 제품과 값싼 제품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노 브랜드 열풍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일까.
노 브랜드를 열풍의 첫 번째 메시지는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 중 특히 의류나 식품 등의 소비재 분야에서 브랜드의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는 강력한 구매 기준이었다. 학창시절 신발과 옷에 달린 브랜드 마크는 자존심의 상징이었고 비싼 물건을 사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야’라는 한마디면 이해가 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고가의 명품 브랜드인 샤넬과 구찌가 작년에 각각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급 브랜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저가 브랜드들도 노 브랜드의 공세에 주춤하는 모양새이다. 어째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 분석하기에 앞서 브랜드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살펴보자.
최초에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다는 개념이 생겼을 당시에는 브랜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개인이 만든 상품을 소비자가 확인한 뒤 구매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되었다. 상품마다 구별할 수 있는 상표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한 품질이 곧 상품의 가치를 대변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던 중 자신이 파는 물품에 특별함을 부여하기 위해 물품에 그 나름의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했다. 이천에서 생산된 쌀이면 ‘이천 쌀’, 정 씨네 집에서 생산한 떡이면 ‘정가네 떡’과 같이 동종의 물품들과 차별화되기 위해서 물건의 이름을 만든 것이다. 나아가 이름을 가지게 된 물건 중 일부는 좋은 품질이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었고 어느 순간 이름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듣는 명성을 얻게 되는데 여기서 브랜드가 탄생했다. 이름만으로 품질이 좋고 우수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전하는 수단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처음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도구였다.
그런데 판매자들은 브랜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였는데 바로 브랜드 자체의 가치이다. 물건 자체가 가격을 고려하면 전혀 경쟁력이 없더라도 브랜드가 가치를 가지게 함으로써 구매를 유도하게 된다. 즉 사람들이 가격만 비싸고 똑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도 ‘그 집에서 만들었다’라는 말만 붙으면 구매 의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물건의 가격에 고유의 생산비와 유통비를 제외하고도 브랜드 가치가 포함되게 되었고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 시장에서 활용되었다. 그러던 중 이러한 가격 형성의 문제점이 제기되기 시작했는데 사회적으로 명품 중독이 문제가 되고 비슷한 품질의 중소 브랜드에서 생산된 제품과 유명 브랜드 제품의 가격비교 표 등이 SNS에서 퍼졌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급한 돈만큼 브랜드가 가치 있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러한 때에 혜성같이 나타난 것이 바로 노 브랜드이다. 노 브랜드 제품은 포장과 디자인, 이름 등 기타 요소를 최소화하고 제품이 가져야 할 고유의 기능만 남겨 가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브랜드 값으로 비싼 돈을 내는 것에 지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기능만을 싼값에 구매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 열광했고 이는 노 브랜드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노 브랜드를 열풍의 두 번째 메시지는 ‘가격 대비 성능’줄여서 ‘가성비’가 소비자들의 핵심 구매 기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옛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듯 기존에는 고품질과 낮은 가격을 동시에 만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거나 욕심이다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품질이 우수하면서 가격도 착한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 얼굴도 못 내미상황이 되었다. 앞서 말한 브랜드 제품들도 가격이 비싼 대신 브랜드가 주는 품질에 대한 신뢰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던 차에 적당한 품질과 초저가를 내세운 노 브랜드에 자리를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나타난 핵심 배경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에 닥친 장기 불황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월 소비자 동향 조사'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 달(100)보다 2포인트 떨어진 98이다. 이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6월의 수치(98)와 같은 수준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작으면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고, 100보다 크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이처럼 불황과 저성장으로 소비자 심리가 얼어붙다 보니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소비 패턴이 나타나게 되고 가성비가 높은 제품을 찾게 된다. 이러한 가성비의 시대에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이 노 브랜드의 과자 제품이다. 기존의 과자  제품들은 일명 ‘질소 포장’으로 인해 포장만 거창하고 실속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고, 이들 과자 속 질소를 이용하여 강을 건너는 퍼포먼스를 소비자가 선보이기도 했었다. 이때 노 브랜드는 포장지 속의 공간을 기존의 과자 제품들보다도 현저히 줄이고 과자의 양을 늘려서 담아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노 브랜드는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군을 추가하며 무섭게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강세가 계속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노 브랜드의 흥행은 장기 불황과 저성장이라는 사회적 흐름의 도움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브랜드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노 브랜드’라는 새로운 시장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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