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놓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손에서 놓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 김윤정 / 창공 13
  • 승인 2016.03.24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2월, 나는 일본 후쿠오카로 3박 4일 동안 여행을 갔다 왔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음식도 맛있고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가 많았기 때문에, 여행은 무척 즐거웠다. 특히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것은 상당히 설레는 일이었다. 여행 중, 온천에서 3시간 정도 혼자 있었는데 나는 온천 안에 있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항상 가지고 다니던 스마트폰이 생각났고, ‘그동안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다른 일행들에게 연락하고 싶다.’ 등의 생각으로 계속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꼈다.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일본까지 왔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온천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나는 이동 중에도, 길을 걸으면서도 계속 핸드폰으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했다. 나는 일본에 갔지만, 한국에 있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일본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는 상당히 신선하고 특이했다. 그것과 비교해 나는 잠깐잠깐 생기는 이동 시간에도 항상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혼자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없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나는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탔다. 내가 그곳에서 본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스마트폰 게임… 모두 스마트폰을 보느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다. 그 자리에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초조해지고,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내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었다.
이런 스마트폰 중독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이 바로 카카오톡, 페이스북과 같은 SNS이다. 우리는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 일상을 알 수 있으며, 사회에 주로 이야기되는 가십거리들과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쉽게 나누곤 한다. 이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 시간상의 공백을 메워주기도 하고 심심할 때 킬링타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SNS를 통한 접촉은 실제 사람들 사이의 정서적인 거리를 좁히지는 못한다. SNS를 통한 교감은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날 때만큼의 상호적인 교감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그저 글을 올린 사람의 자기만족을 충족시키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SNS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SNS는 시간 낭비라고. 그러나 SNS를 하는 사람들은 쉽게 SNS를 끊을 수 없다. 심지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도 습관적으로 계속 SNS를 확인하곤 한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다 같이 밥을 먹을 때 Stack 게임(각자의 휴대폰을 모아서 책상 위에 쌓아놓고 손대지 않는 게임)을 하는 것도 스마트폰 때문에 분위기가 깨지는 것을 막고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그러지 않으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도 모두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학교에 SNS 이용자가 많고 다른 학교들보다 SNS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지는 SNS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여러 단체들에게는 SNS를 통한 교류, 정보 전달이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지만, 이 때문에 내 주변에는 SNS를 끊으려 해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다. SNS를 하지 않으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주요 행사들을 제대로 알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혼자 소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SNS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끊기는 힘든 것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해 여러 스마트 기기는 우리 실생활에서 편의성을 주고 있고 실생활에 유용한 기능들과 그 편의성을 인정받아 거의 세계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카메라, MP3, 사전, 인터넷 등 각각의 제품으로 나뉘어 사용했던 일들이 모두 ‘스마트폰’이라는 제품 아래 하나가 되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옛날과 비교해 상당히 윤택한 삶을 살고 있으며 더 다양한 일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뭐든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듯이, 너무 잦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그 공간, 그 시간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것이며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놓치게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그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기회를 스마트폰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스마트폰에 본인의 생활을 빼앗기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