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아동학대
사회 - 아동학대
  • 김휘 기자
  • 승인 2016.03.0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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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제도적 지원 부재, 해답은 정치인들의 공약 실천
지난달 부천에서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30대 부모가 일곱 살 초등학생 아들을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했고, 얼마 되지 않아 목사 부부가 13세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11개월간 집에 방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보육교사의 만행 등으로 반복적으로 이슈화되던 아동학대 문제가 화산 폭발하듯 터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가해자에게 관대한 솜방망이 법
포털 사이트에 종종 실리는 흉악 범죄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많은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법은 솜방망이여서 범죄자들, 예비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제대로 심어 주지 못한다’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아동학대 문제에서는 사실로 보인다.
최근 경찰은 앞서 언급한 목사 부부를 ‘치사죄’로 검찰에 송치하며, 살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다시 살아날 것을 기도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아주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00~2014년 6월 사이에 선고된 20건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재판 결과 단 1건에 대해서만 가해자들에게 ‘살인죄’가 적용됐다. 나머지 대부분의 경우에 대해서 법정은 다치게 할 목적으로 피해를 주었는데 아동이 이후에 사망했거나 가해자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치사죄’를 적용했고, 가해자들의 평균 형량은 징역 5년에 그쳤다. 이는 아동보호 담당자들의 무기력함과 법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킨 2011~2013년에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사례 45건 중 단 18건만이 가해자에 대한 고소나 고발로 이어진 사실이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 위주 + 인력난 + 예산 부족
행정기관이 강한 힘을 가지려면 충분한 인적, 물적 지원과 공식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관련 기관은 이 모든 것들이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 보호기관이 민간에 치우쳐 있고,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아동복지법 제45조 1항을 보면 각 시·도 및 시·군·구에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1개소 이상 두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전국 230개의 시·군·구에 아동보호 전문기관은 55개소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공립기관은 10개소가 채 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전문기관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2010년 이루어진 현장조사 1만 1,520회 중 경찰이 동행한 횟수는 195회로, 전체 1.6%에 불과하다.
인력난에 따라 상담원들의 업무도 과중하다. 전국 아동보호 전문기관 상담원의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513명인데, 이는 우리나라와 아동 수가 비슷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상담원 수 4,923명의 10%밖에 되지 않아 심각성이 드러난다. 상담원 수가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예산 부족이다. 올해 우리나라 아동학대 예방 예산은 185억 원으로 책정되었는데, 이는 지난해에 비해 26.5%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일본의 아동학대 예방 예산은 1조3,588 원으로 우리나라의 73.4 배다.

총선 앞둔 정당들의 공약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앞다투어 아동학대 예방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의 공약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복지 진흥원’ 설립, ‘학대 전담 경찰관’ 도입, 1,000억 원 규모의 아동학대 예방 예산을,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3일 결석 시 경찰 통보’,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피해 아동 쉼터 수 확충’이 주 내용이다.
한편 지난달 22일 교육부에서 긴급 해결책으로 내놓은 ‘미취학 아동 등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매뉴얼’은 행정 권한과 조사권, 강제권이 없는 학교에 결석 학생 관리라는 부가적인 업무를 맡기며 부담을 전가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실효성 없는 매뉴얼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우려를 표했다.
앞서 언급한 여당과 야당의 아동학대 예방 공약은 교육부의 ‘체계적’매뉴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체계적’인 좋은 방안들이다. 아동학대 전담 재판부가 국내 처음으로 신설될 정도로 아동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이 바로 아동학대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