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피크제, 대안이 될까
임금 피크제, 대안이 될까
  • 이민경 기자
  • 승인 2015.12.02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규직의 다양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임금피크제가 제시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워크 쉐어링(Work Sharing)의 한 종류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일정 금액의 퇴직금을 받고 정년보다 빠르게 퇴직하는 명예퇴직과는 다르게 정년까지의 고용을 보장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으로 신규 인원을 충원하는 데 따른 부담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는 비정규직 고용을 줄이고 정규직 고용을 늘릴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 중이며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도입하였고, 공식적으로는 2003년 신용보증기금에서 적용한 것이 처음이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에 정년 전후부터 연장된 정년 기간에 임금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형태로 적용된다, 임금피크제의 유형으로 △정년 연장형 △재고용형 △근로시간 단축형이 있다. 먼저 정년 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에 1년 차 10%, 2년 차 15%, 3년 차 20%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대부분 기업에서 추구하는 형식이다. 재고용형은 정년이 되는 해 이후 3년간 재고용하면서 1년간은 임금 감액이 없지만 2, 3년 차에 기존 임금의 10%를 삭감하거나, 근로자의 신청에 의해 정년 후 2년간 재고용하여 기존 임금의 30%를 삭감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근로시간 단축형은 정년을 연장하면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51~54세 20%, 55~59세 40%, 60세 이상 60%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이다. 정부에서는 기준 감액률 이상을 감액한 사업장의 근로자에 한해서 추가 감액으로 인한 차액을 보상해 준다.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가 확산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자산총액 기준 상위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378개 기업 중 47%(177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간 합의가 쉽지 않으며 금융업종에서는 부작용이 많아 다시 도입을 철회하려는 곳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정년을 60세로 늘려도 기업에서 정년을 다 채워서 일할 사람이 몇이냐 되겠느냐며 임금피크제 도입이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기업의 정규직 신규채용을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것은 공공기관 정도일 뿐이므로 임금피크제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임금피크제와 같이 임금을 줄이는 구조가 아닌 노동시간을 줄이는 ‘점진적 퇴직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줄인 중고령층의 노동시간을 모아 청년에게 나눠주어 청년실업 해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방법도 있으나 우리나라에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OECD에서 회원국의 평균 근속 연수를 조사한 결과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5.6년으로 프랑스(11.4년), 독일(10.7년), 스페인(10.4년), 네덜란드(9.9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정년을 채우는 노동자가 많지 않음을 의미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노사갈등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에 의한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하도록 실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