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심사평
  • 박상준(인문학부, 본지 주간교수)
  • 승인 2015.11.0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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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인 포스테키안의 향연을 보며
포스텍 과학기술 문화콘텐츠 공모전이 올해로 네 번째를 맞았다. 세 가지를 특기할 만하다.
출품작의 비중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 첫째다. 총 10편 중, Photo Story와 UCC가 각각 2, 3편밖에 들어오지 않은 반면 SF에 무려 다섯 편이 응모되었다. Photo Story가 적어진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오랜 훈련이 필요한 SF가 증가한 일은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응모작품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이어 두 해 연속으로 이러한 발전상을 보니 마음 한편이 든든하다. 발상과 기술력이 신선한 Photo Story가 있었고, UCC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상향되었으며, SF 출품작 중에는 현재 한국 창작 SF들과 어깨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도 있었다.
아쉬운 대로 외국 학생의 작품도 한 편 있어, 이 공모전이 국제적인(international) 대회의 성격을 계속 잇게 된 점을 끝으로 밝혀 둔다. 유학생들의 참여가 다시 활성화되어 좀 더 다채롭고 풍성한 대회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올해의 대상은 SF 부문의 <내가 보는 생쥐가 나를 보고 있다>에게 돌아갔다. ‘인간의 기억을 컴퓨터로 옮겨 다른 존재에 이식한다’는 SF계에선 흔하다고 할 수 있는 발상을 보였지만, 서술시점의 설정이 플롯에 참신한 효과를 나타내고 스토리의 전체 흐름이 자연스러운 수작이다.
우수상 수장작품으로는 <우리가 만드는 포스텍>(Photo Story)과 <세 남자의 남미 여행기>(UCC), <De cant>(SF)가 꼽혔다. 이들 모두 응모 형식의 특성을 잘 살리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첫 작품의 경우 스토리 구현에 신경을 썼고, 둘째는 화면 전환 방식을 쉬우면서도 효과적으로 처리한 점이 눈길을 끌었으며, 끝의 경우는 스토리의 구상이 돋보였다.
그 외의 네 작품에 장려상이 주어졌는데, 앞에 비해 작품의 질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POSTECH 26>(Photo Story)은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한 깔끔함을 보여 주었고, <나에게 포스텍이란>과 <POSTECH의 소소한 즐거움>(UCC) 모두 자연스러운 시퀀스와 적절한 음악이 어우러진 가작(佳作)들이다. <세슘 137>(SF) 또한 상황 설정과 문제 해결상의 과학적 요소가 눈길을 끄는 좋은 작품이다.
이 글을 쓰면서 새삼 작품들을 검토해 보니 허두에 밝힌 대로 질적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었다는 말이 전혀 인사치레가 아니었음이 확인된다. 이공계 학생이라 하면 일반인들이 가질 법한 통념과 달리, 포스테키안의 문화적 상상력과 그것을 문화콘텐츠로 담아내는 능력이 이렇게 빼어나다는 데,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자랑스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러한 자랑스러움, 뿌듯함은 학업에 힘쓰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담대한 도전정신으로 공모전의 문을 두드려 준 학생들의 열정을 원천으로 한다. 참가한 모든 학생들에게 마음 깊은 곳의 고마움을 표한다. 심사를 맡아 주신 이진수, 우정아 두 분 교수님, 전체 행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애써 주신 한채연 선생님과 신문사의 모든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