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덕이는 청년들... 탈출구는 있을까?
허덕이는 청년들... 탈출구는 있을까?
  • 최태선 기자
  • 승인 2015.10.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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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학원이 돼버린 대학들
대학이 지식을 탐구하는 기관에서 취업을 위해 거쳐 가는 스펙 중 하나가 됐다. 이를 증명하듯이 2012년과 2015년에 교육부가 발표한 ‘4년제 대학의 학과별 입학정원 현황’을 보면 976개였던 인문계열 학과가 3년 사이에 921개로 줄었다. 철학과와 불어과 등 55개의 학과가 통폐합됐다. 대학별로 △건국대 히브리전공 폐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독어독문학과 폐지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과, 러시아문학과 통폐합 △청주대 철학과,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 폐지 등 많은 대학이 대학구조조정을 이유로 학과들을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대학마다 통폐합되는 학과들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 학과는 소위 말하는 ‘취업률이 낮은’ 학과다. 지난 8월 31일 교육부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포함한 298개의 대학을 평가하고 등급을 나눈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 및 구조개혁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평가는 올해 4월부터 약 5개월 동안 진행됐고 평가 결과에 따라 나뉜 등급별로 대학은 정원을 감축해야 했다. 따라서 취업률이나 특허수입 등 눈에 보이는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은 학과들을 통폐합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 계열 학과들이 가장 먼저 철퇴를 맞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4년 취업통계연보를 보면, 인문계열 취업률은 45.9%로 공학계열 66.9%, 자연계열 55.6%, 의약계열 72.8%보다 매우 낮았다.
게다가 살아남은 학과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대학에서는 점점 취업용 교과목을 강조하는 추세다. 건국대는 올해 초 취업교과목을 단계별로 심화, 1학년 신입생부터 4학년 심지어 졸업연기자까지 학년별 취업교과목을 구성했다. 상명대학교도 올해부터 취업진로팀에서 개설한 교양과목을 반드시 수강해야 졸업할 수 있다. '취업정보분석 및 입사전략', '스피치와 프리젠테이션', '직무적성과 자기계발' 등 정말 취업 자체만을 노린 과목들에서 지원서 작성, 직무 연습, 면접 대비방식을 배운다. 서강대학교는 현장실습프로그램을 운영해 국내외 기업에서 실습을 받으면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취업률을 높여 준다는데 개개인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학에 간 청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의 길이 줄어들고, 기술이 아닌 지혜를 배우기는 점점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