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의 특제 소스(Special sauce)를 만들자
포스텍의 특제 소스(Special sauce)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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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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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자 University World News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코넬(Cornell)대학은 테크니온(Technion-Israel Institute of Technology)과 합작으로 뉴욕시에 새로운 기술 중심의 코넬 테크 캠퍼스(Cornell Tech campus)를 설립한다. (중략) 그 이유는 테크니온의 혁신적이고 창업적인 정신을 코넬이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중략) 테크니온은 이스라엘에서 혁신적인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데 매우 성공적인데, 졸업생들의 42%가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이 기사는 MIT가 어떻게 자신들만의 ‘특제 소스’를 개발하여 전 세계에 그 비법을 전수하고 있는지도 소개하고 있다. “MIT는 ‘미니 MIT’들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고 있는데, 좋은 자원을 가진 대학들이 혁신적이고 창업적인 문화의 세계적 조직으로 변신하는 데 필요한 ‘특제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거나, 혹은 기존 대학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중요한 입력(Input)을 제공한다.” 이 기사는 또한 매사추세츠의 올린공대(Franklin W Olin College of Engineering)를 사례로 들면서, 무엇이 혁신적인 대학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인가를 알려 준다.
“혁신적인 대학들은 오리지날 비전이 반영된 자신들만의 가치 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과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탄생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들은, 새로운 다학제적 분야에서의 특성화 프로그램들(Niche programmes in new multidisciplinary areas), 소통적, 협업적, 그리고 경험적인 강의와 학습 방식(Interactive, collaborative and experiential teaching and learning approaches), 그리고 아마 가장 중요하게는, 탁월한 전문가와 성공적인 변화 촉진자(Change agents)를 만들어 내는 21세기의 역량들(자발성, 팀워크, 커뮤니케이션)과 긍정적인 성격상 특성들(탐구심, 용기, 사회적 책임감)의 독창적인 결합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대학에서는, 위와 같은 중요한 요소들이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만 발의되고 논의되다가 결국은 어떤 것도 현실화되지는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어 왔다. 우수한 생각과 말들은 여기저기서 제시되어 왔으나, 누구 하나 혹은 어떤 팀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서 그를 위한 적절한 인력과 자원을 확보하고 그것을 위해서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앞장서서 도전하고 실현해 온 것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테크니온이나 MIT나 올린과 같은 ‘내로라할 수 있는 것’, 즉 우리대학만의 특제 소스는 만들어지지 못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제부터라도 팔을 걷어붙이고 ‘새 술을 새 부대에’라는 정신으로 이전과는 다른 우리만의 것을 만들기 시작해 보자.
위의 기사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용구는 다음의 것이다.
“코넬과 뉴욕에서 새로운 캠퍼스를 주도하는 테크니온의 한 교수에 따르면, 이 조직은 ‘스핀 아웃 회사들(Spin-out companies)’을 만드는 것보다는 ‘스핀 아웃 인재들(Spin-out people)’을 양성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고 한다.”
이 논리와 전략은 매우 탁월한 것이라 보인다. 한국의 정부, 대학들과 기업들, 그리고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기업가정신을 함양한다는 취지로 각종 전시성 행사와 대회들, 그리고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고, 그 결과로 몇 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는가가 평가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창업 사례가 발생하고 몇 개나 되는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다. 핵심은, 얼마나 우수한 미래의 혁신가들이 양성되고 있고, 그들에 의해서 앞으로 5-10년 후에 우리 경제의 신성장을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들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가이다. 그러려면 지금 바로 이 시점에 대학 안에서부터, 점진적이고 존속적인 발전의 플랜이 아닌, 미래의 산업을 재편하고 주도해 나갈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의 구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구상의 한 축에는 반드시 우리만의 특제 소스를 개발할 계획이 절실하다.
몇 년 사이에 대학들은 앞다투어 자신들만의 레시피(Recipe)를 위한 투자와 노력들을 해오고 있다. 우리대학은 어느덧 골든타임의 가장 마지막 포인트에 도달해 있다. 지금이 아니면 더는 때와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