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울진 달별을 찾아 끊임없이 걷다
여울진 달별을 찾아 끊임없이 걷다
  • 이하선/ 물리 14
  • 승인 2015.09.2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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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POSTECH 국토 대장정
우리대학은 지난 여름,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을 받아 '2015 POSTECH 국토대행진'을 진행했다. 8월 4일부터 14일까지, 10박 11일의 대장정이었다. 경로는 경북 울진군에서 월성군까지로, 총 264.58km에 달하는 거리를 걸었다. 아래는 폭염주의보 속에서도 완주를 해낸 한 학우의 소감문이다. 인내의 땀과 동료애로 완주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고등학생 시절 여름철만 되면 신문에서 보였던 친근한 사진이 있다. 온몸은 땀범벅, 옷은 먼지투성이, 그러나 환하게 웃는 얼굴. 바로 국토대장정을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었다. 굉장히 힘들 텐데도 환하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하나의 로망으로 다가왔고, 올해 여름,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원을 받아 열리게 된 ‘포스텍 국토대장정’에 신청하여 선발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첫날 느낀 대장정은 나의 상상과는 조금 달랐다. 그저 기쁨으로 넘쳐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로 우리를 맞이한 것은 폭염주의보와 끝날 것 같지 않은 길고 긴 걸음이었다. 내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기에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고, 또 말을 꺼낼 힘조차 없이, 그저 입을 다문 채 빨리 쉬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이때 내 눈에 띈 것은 이렇게 힘든 와중에도 끝없이 말을 걸고, 노래를 부르며 힘을 북돋으려던 사람들이었다. 잔뜩 찌푸린 내 얼굴과는 달리 그들의 얼굴에는 땀이 있을지언정 찡그림은 전혀 없었고, 웃음만이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힘든데 웃을 수 있지?’ 이해가 안 가던 나는 그저 그들이 나보다 체력이 좋아서 덜 힘들기에 웃을 수 있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결국, 힘들었던 여정은 끝나고, 마침내 숙영지에 도착하게 되었다. 죽다 살아났다고 생각하며 언제 포기하고 집에 갈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아까 온종일 떠들며 웃었던 형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말인즉슨 아까 걸을 때 힘들어 죽을 뻔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망치로 내 머리로 때린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그들도 나와 똑같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웃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었다.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국토 대장정에 지원하기 전까지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평소에 겪어보지 못한 힘든 상황에 내던져지니, 마침내 내 내면의 부정적인 성질을 마주할 수 있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마주함으로써 그동안 진정한 내 자아를 가려왔던 온갖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순수한 자신과 마주하게 된 것이 이번 국토에서 얻을 수 있었던 큰 수확이다.
이 밖에도 국토에서 얻은 것은 너무나 많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가방을 들어주고, 다리를 주물러 주는 형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이 돼가는 것은 나의 고통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고통도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깨달았다. 또한, 극한 상황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따뜻한 행동을 보며 그리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 물, 초코파이 등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음식들이 행군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심지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미숫가루 역시 신이 내려준 음료수라 표현할 만큼의 맛이 났다. 어찌나 맛있었는지 대장정이 끝나고 학교에 와서 미숫가루를 주문했을 정도였다. 이토록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음식의 소중함, 물의 소중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얻은 것은 자신감이었다. 대장정 4일 차쯤 되니 걸을 때 힘들기는 해도, 전날까지 내가 해왔듯이 오늘도 내가 해낼 것을 알았기에, 자신감으로 남은 거리를 가볍게 통과할 수 있었다. 이처럼 힘든 행군을 완주해내었기에, 이렇게 힘들게 걸어가는 것도 했는데, ‘앉아서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라는 신비한 자신감이 생겼다.
국토를 통해 순순한 자아를 돌아봄으로써 나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발견, 고쳐나가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리고 가장 소중한 국토로 맺은 인연들. 힘든 과정을 같이 해내었기에 우리의 우정은 그 어떤 우정보다 강할 것이다. 이토록 돈 주고도 못 얻는 소중한 것들을 국토는 나에게 주었다. 국토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게 지원해주신 한국수력원자력, 포항공대와 스태프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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