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대 김도연 총장 취임인터뷰
제 7대 김도연 총장 취임인터뷰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5.09.09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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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혜택을 나눌 수 있는 포스테키안이 되길"
대학에 대한 장기적 계획이 듣고 싶다. 만들고자 하는 POSTECH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던 적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 전체의 연구비를 책정, 분배하는 역할인데, 그때 여기 포스텍에 정부가 무려 4,000억 원을 투자해서 가속기를 짓기로 했었고, 이에 따라 직접 포스텍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때 총장실 방명록에 이렇게 썼던 기억이 난다. “포스텍의 미래가 대한민국의 미래입니다” 라고. 물론 포스텍에 와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시점이다. 정말 평소의 마음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그 이유는 지역에 최고의 대학이 있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고, 그걸 이룰 수 있는 건 대한민국에서 포스텍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텍이 못 이뤄낸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여기의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많은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대학.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성장해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그야말로 인류 전체를 위해서 일할 수 있는 대학, 그런 대학을 만들고자 한다. 그렇게 멀지 않다. 가까이 왔다.

신규 교수 채용이 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신임교수 채용의 방향과 기준을 듣고 싶다.
신규 교수 채용이 진짜 첫 번째이다.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 중 그 무엇보다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일단 각 학과 안의 넓은 분야를 다 알 수는 없으니 학과별로 발전계획을 세워, 좁혀서 세계 탑으로 갈 분야를 정해야 한다. 다만 학과 발전 계획에 의하되, 미래가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뽑으려고 한다. 소위 ‘라이징 스타’라고 하는데, 각 분야에서 딱 우리가 선택한 부문에 맞지 않더라도 이 사람은 진짜 이 정도면 될 사람이다, 싶은 사람은 바로 채용하려 한다. 이를 통해 신임 교원 충원을 가속하려 한다.


신임 교수 채용이 무엇보다 중요
최대한 가속할 것


연구와 교육을 위해 학교가 다양한 기금 마련 노력을 하고 있다. 발전기금 유치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발전기금은 중요한 문제이다. 대학들을 보면 총장의 주요 역할이 발전기금 모아오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CEO 총장’과 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다만 전 세계 어느 대학이든 발전기금은 동문들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같은 신생 대학은 졸업생이 아직 자기 일에 매우 바쁜 사람들이지 발전기금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노력은 해야 한다. 우리 대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 세일즈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대학의 연구력이므로 우리가 일을 해주고 리턴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케이스마다 다를 거고,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하는 게 다를 것이다. 그리고 발전기금 모금에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그야말로 신생 대학이기에 가지는 것이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노하우이므로 일단은 비밀로 하려 한다.(웃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정책이 있는지.
 많이 있다. 울산대학교에 있을 때 인터넷 강의를 2008년부터 시행했다. 그냥 내가 한 강의를 찍어서 올리는 것이다. 모두가 다 볼 수 있다. 결국 강의를 굉장히 준비해서 할 수밖에 없다. 강의의 질을 높이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은 그런 차원을 넘었다. 지식 전달이 강의실에서 교수들 독단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다 찍어서 올려 두면, 한가한 시간에 아무 때나 누워서든 앉아서든 정보를 전달받고, 강의실에서는 주제에 대해서 교수와 학생이 토론을 하는 것이다. 예전처럼 수업이 교수라는 주체와 학생이라는 객체로 나뉘는 것이 아닌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거꾸로 교실’이다. ‘거꾸로 교실’의 교육 효과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은 논문이 나와 있다. 그런 형태의 수업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우리나라 대학 중에서 포스텍이 그런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스텍은 다른 대학보다 앞서가고, 다른 대학이 우리를 쫓아오도록.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온라인 게임 트래픽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숙사 지역 게임 규제에 대해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율적으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물론 아직까지 실상을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학교에서도 꽤 오랫동안 고민한 것 같다. 학교는 어떻게든 학생들이 잘 되도록 하는 일이다.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대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오래전에 있던 대학에서 지도학생 중 게임에 완전히 빠져 폐인이 된 여학생이 있었다. 게임 과몰입 때문에 똑똑한 학생이 결국 학교에서 쫓겨났다. 이 학생이 '교수님께서 강제적으로라도 나를 말려줬으면'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특히 포스텍은 지금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더 문제인 것 같다.
그야말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게다가 기숙사에서 또닥또닥하는 소리 때문에 옆의 학생한테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들었다. 옆 사람까지 그렇게 황폐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면 제한된 시간에 게임을 차단하는 룰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내가 안다. 다 다른 길로 접속해서 아무리 차단해도 하고 싶은 사람은 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고 결정하려 한다.

기숙사비 인상에 대한 의견은 어떤지.
학교가 여러 가지로 여건이 좋으면 학생들에게 베풀어주는 게 최고다. 그런데 학교의 여건이 과거와 다르게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를 준비해야만 한다. 지금 현재의 안락함을 위해서 미래를 까먹는다면, 이로 인해 포스텍의 미래가 어두워지면 학생에게도 좋지 않다. 급격하게 한꺼번에 많이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아주 순차적으로 아주 조금이라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 국가적으로는 이런 이슈들이 똑같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 대학등록금이 동결된 상태로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이는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굉장히 많은 대학이 수업을 16주에서 15주로 줄였다. 경비절감을 위해서 신임교수는 뽑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는 오늘의 안락함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잡아먹는 일이다. 여기서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나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오늘 모든 걸 다 인상 없이 그대로 가면 오늘은 편하고 좋지만 그런 정책으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지금 짐을 조금씩 나눠 놓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을 위해 미래를 잡아먹을 수는 없어
짐을 조금씩 나누어 놓자



 학생식당 위탁 경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학교 학생들이 3,000명이고 이 학생들이 밥을 다 먹으면 하루에 9,000끼를 먹어야 된다. 이중 학생식당에서는 하루에 1,000끼가 나간다. 질이 나빠졌으니까 학생들이 안 먹는지, 학생들이 안 먹으니까 질이 나빠졌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돌파구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위탁경영으로 몇 개의 업체를 들여보내 경쟁을 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학생들이 더 좋을 것이라는      차원에서의 생각인 것 같은데, 하여튼 뭔가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경영하는 식당으로는 점점 더 나빠질 것이다.
나가서 먹는 음식과 비슷한 것을 여기서 먹는 것이 최고다. 다만 외부보다 비싸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우려만 해서는 진행이 있을 수 없다. 미리 가격을 억제해 가면서 훨씬 더 양질의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학생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런 것이 전제되는 하에서 하는 거지 학생들이 무조건 비싸게 내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포스테키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30년 넘게 다른 대학에서 일하다 왔기 때문에 훨씬 더 객관적으로 대학교를 볼 수 있다. 포스텍은, 엄청 좋은 대학이다. 학생들 모두 무지막지하게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사회가 만들어 준 것이다. 전 세계에 이런 대학 없다, 이건 대한민국 차원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좋은 대학이다.
물론 학생들의 능력이자 행운이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받은 혜택을 나중에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에 나가서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을 생각하는, 배려할 줄 아는 사람, 협동할 줄 아는 사람. 지금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꾸 더 가지려고 한다. 여러분들은 이미 가진 사람들이다. 또 여러 측면에서 앞으로 가질 사람들이다. 그런 것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생 시절은 청춘 아닌가. 청춘. 푸르른 봄. 여러분 평생에서 푸르른 봄이다. 봄은 준비의 계절이다. 대학생활을 잘못 보내면 회복에 굉장히 시간이 걸린다. 대학 때 철저하게 자기 삶을 살아 가는게 굉장히 필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모두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연설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Stay foolish, stay hungry. 참 좋은 연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