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도 활시위는 당겨졌다
서양에서도 활시위는 당겨졌다
  • 김현호 기자
  • 승인 2015.09.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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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활’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동양인’이다. 하지만 활은 서양에서도 활용됐다. 또한,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며 현대에도 계속해서 발전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서양의 활은 어떤 것이 있을까?
쇼트 보우는 한자어로 '단궁'이다. 이는 말 그대로 짧은 활이라는 뜻이다. 쇼트 보우는 일반적으로 활의 전체 길이가 100cm 이하이다. 무게는 대부분 0.5~0.8kg으로 1kg이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됐으며 1만 4천년 전부터 인류가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 쇼트 보우는 사용 범위가 넓어 보병뿐만 아니라 기병들도 사용했다. 특히 폭이 짧기 때문에 말 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활이다. 쇼트 보우는 구석기 시대에 출현했으며 지중해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전파됐다. 동굴 벽화에 그려진 대부분의 활이 바로 이 쇼트 보우이다. 이 쇼트 보우는 수렵을 넘어 무기로 활용됐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군대와 구약성서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는 궁수 부대의 유물이나 인형이 발굴되고 있다.
롱 보우는 쇼트 보우와는 반대로 긴 활이다. 중세에 영국에서 사용한 활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 사용된 롱 보우는 주로 주목으로 만들어졌다. 길이는 150~180cm이다. 이는 사람의 키와 맞먹을 만큼 길다. 무게는 0.6~0.8kg 가량이며 사용하는 화살의 길이는 75~100cm 가량이다. 화살의 길이가 쇼트 보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화살촉 부분은 소켓처럼 끝을 예리하게 만든 일반적인 모양이며, 주로 강철을 사용했다. 롱 보우는 무기로 활용됐다. 이 무기를 다루는 병사들은 대부분 요먼이라 불리는 자유민이었다. 에드워드 3세가 영국을 통치하던 시절, 그들에게 매주 롱 보우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롱 보우의 사정거리는 당시 전파되고 있던 크로스 보우를 능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훈련받은 병사들이 사용하는 롱 보우는 10초에 하나꼴로 사격할 수 있었다. 또한, 적을 노리지 않고 사격한다면 6초에 한 개의 화살을 쏠 수도 있었다. 롱 보우가 서유럽에서 대대적으로 사용된 것은 백년전쟁부터다. 그 전부터도 롱 보우를 활용하긴 했지만, 군사적으로 큰 활약을 한 것은 이때부터다. 영국에서 주 무기로 활약하던 롱 보우는 그 빛을 아쟁쿠르 전투로부터 잃기 시작했다. 이는 화기의 발달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쇠퇴였다.
롱 보우가 큰 위력을 내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크로스 보우는 발사기의 조작을 배우는 것만으로 위력적인 화살을 쏠 수 있다. 심지어 롱 보우보다 사정거리도 길다. 크로스 보우는 중세 유럽에서 폭넓게 사용된 무기이다. 전체 길이는 세로 0.6~1m, 가로 0.5~0.7m 가량으로 무게는 3~10kg 가량이다. 이처럼 강력하고 편리한 크로스 보우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발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화살을 메기는 방법은 쉽지만 일반적인 활보다는 오래 걸린다. 그 방법은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이며 위의 〔사진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사진4〕의
'그림 3'은 윈드래스(windlass)라는 감아올리는 기구를 사용해 활을 메긴다. 또한, '그림 4'에서는 크레인퀸(cranequin)이라는 톱니와 크랭크가 달린 도르래를 조립한 도구로 활을 메긴다.
크로스 보우는 무기로서 크게 활약하진 못했다. 크로스 보우를 지닌 군대의 본격적인 등장은 13세기경이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이 무기를 대량으로 도입했다. 프랑스 역시 14세기경 크로스 보우를 활용해 전쟁을 치뤘지만 패배를 맛보고 말았다. 이후 무기로서의 크로스 보우는 15세기까지만 이어졌다. 그 후에는 사냥과 스포츠에서 사용됐다.
위와 같이 역사 깊은 양궁들도 있지만 현대에 사용하는 활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리커브 보우’와 ‘컴파운드 보우’이다. 리커브 보우는 양궁하면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활로서 이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기도 하다. 컴파운드 보우는 리커브 보우와는 달리 양궁 세계선수권대회나 아시안 게임의 ‘컴파운드 보우’ 종목에서 사용한다.
리커브 보우는 활의 시위를 거는 부분이 사수의 반대방향으로 휘어진 활이다. 리커브 보우의 이 곡선 덕분에 직선형 장궁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리커브 보우는 컴파운드 보우보다는 활의 성능은 떨어지지만 컴파운드 보우보다 값이 저렴하다. 최근에는 취미로 양궁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리커브 보우는 그 저렴함으로 인해 컴파운드 보우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컴파운드 보우는 미국의 홀레스 윌버 앨런이라는 사람이 처음 제작한 기계식 활이다. 이는 현재 사냥용이나 레저용으로 널리 쓰인다. 컴파운드 보우는 활의 완성체라고 불릴 만큼 그 성능이 뛰어나다. 일반 활과는 달리 활줄을 최대로 당긴 상태에서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취미로 즐기기에는 값이 매우 비싸다. 또한 화살 역시 가격이 만만치 않다. 소모품인 화살이 1개에 만 원을 넘는다.
이처럼 서양의 활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세부적으로는 위의 5가지 외에도 듀얼캠, 테이크다운 등이 있다. 무기로서 그 입지를 잃어버린 활이지만, 최근에는 스포츠와 취미의 영역으로 그 모습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활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 한, 활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