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도난사고 그 이후
기숙사 도난사고 그 이후
  • 이남우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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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밤부터 15일 새벽까지 기숙사 1동부터 8동까지 한 도둑에 의해 ‘유린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범인은 14일 밤부터 각 방을 들어가보며 사람이 깨어있을 때에는 ‘OOO방 아닙니까?’라는 식의 핑계로 지나가고 사람이 자고 있을때에는 몰래 들어가 지갑이나 물품을 훔쳐갔다. 15일 포스비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피해사실을 알렸으며, 기자회 조사 결과 8동 전체가 거의 비슷한 수법으로 동일범에 의해 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숙사 보안ㆍ안전 시설과 관련하여 많은 학우들이 의문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가 열리는 등 학내의 많은 관심이 모아졌었다. 또 학생회관 앞에는 이례적으로 큰 대자보가 붙었으며, 이 대자보와 포스비를 통해 도난사고에 대한 무방비상태가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결국 지난 20일 그 도둑은 용감한 학우들에 의해 잡혀 경찰로 넘겨져 기소되어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큰 소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일 4동에서는 또다시 도난 사건이 발생하였고, 지난 달 17일에도 물품을 훔친 후 공학3동을 서성이던 도둑이 잡히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이외에도 표면화되지 않은 숱한 도난 사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한달 여에 걸쳐 일어난 도난 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물품관리에 철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5월 1일 사감실에서 실시한 학생들의 기숙사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기 방문을 잠그지 않고 오랜 시간 방을 비우는 학생은 물론 잘 때 문을 열어놓고 자는 학생들이 아직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점심시간이나 공강시간에 빈 강의실에 그냥 가방을 놔두고 다니는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아직도 학생들의 의식에서 도난이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지 않아 도난사고가 또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학생의 입장으로서 그러한 도난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기숙사의 보안 시설이나 학교측의 경비소홀을 탓할 수 있는 것은 분명 기본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따지기 전에 자신들이 얼마나 자기 자신의 물건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할것이다. 자기 전에 방문은 잠그는 것, 같은 동에 사는 학우들이 누구인지 정도는 파악하는 것, 오랜 시간 비울때는 반드시 방문을 잠그는 것 등 기본적인 도난안전수칙을 지키고 난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그 권리를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