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엔터테인먼트다!
공포는 엔터테인먼트다!
  • 김현호 기자
  • 승인 2015.06.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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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공포영화가 수없이 개봉한다. TV 프로그램에서도 남량특집을 기획한다. 이외에도 공포웹툰, 공포소설 등 수많은 공포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이처럼 ‘공포’는 대표적인 예능 콘텐츠가 됐다. 소름끼치는 경험을 위해 여름만 되면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그 영역을 넓혀가는 공포 콘텐츠. 그 영역은 어디까지 확장됐을까?
대표적인 공포 콘텐츠로는 ‘공포영화’를 들 수 있다. 공포영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인기 있는 장르다. 하지만 이 동양과 서양의 공포영화 성격은 조금 다르다. 동양의 공포영화는 귀신과 같은 영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서양의 공포영화는 대부분 괴기스러운 괴물이나 좀비, 살인마 등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는 작품들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포영화인 ‘장화, 홍련’, ‘여고괴담’과 해외의 ‘처키’, ‘새벽의 저주’ 등을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름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공포영화는 힘을 못 쓰고 있다. 1998년 ‘여고괴담’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한국 공포영화의 미래는 창창할 것만 같았다.  ‘여고괴담’ 이후 ‘가위’, ‘알포인트’, ‘장화, 홍련’ 등이 잇달아 개봉하며 공포영화의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31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장화, 홍련’ 이후, 한국 공포영화는 서서히 잠식됐다. 일본의 ‘링’과 ‘주온’과 같은 영화를 베끼고 충격 효과에만 의존한 나머지 관객들이 떠나간 것이다. 네이버 영화 기준 2010년 이후 10위권 내의 한국 공포영화는 오직 ‘더 웹툰:예고살인’뿐이다. 상위권 공포영화는 ‘장화, 홍련’(2003년 개봉), ‘알 포인트’(2004년 개봉),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년 개봉), ‘여고괴담’(1998년 개봉)의 순이다. 한국 공포영화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의 발전에서 멈춘 것이다.
할리우드의 공포영화는 한국과 다르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등 소설의 영화화로 시작된 공포영화는 다양하게 발전했다. 특히 알프레드 히치콕의 ‘사이코’와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에서 획기적인 도약에 성공했다. ‘사이코’는 연쇄살인마와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시발점이었다. 또한, ‘엑소시스트’는 오컬트와 악마, 종말의 내용을 담은 공포영화의 시발점이었다. 이는 ‘스크림’, ‘처키’, ‘파라노말 액티비티’ 등으로 이어지며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공포영화는 발전이 더디지만 ‘웹툰’은 다르다. 최근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는 웹툰에서도 공포 콘텐츠가 그 자리를 키워나가고 있다. 초기의 공포웹툰은 내용과 그림에 충실했다. 무서운 귀신이나 잔인한 그림을 통해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했다. 또한, 일상 생활을 녹인 에피소드를 통해 사람들의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웹툰이 ‘소리’와 ‘영상’과 같은 기능을 활용하기 시작하며 공포웹툰의 판도가 달라졌다. ‘봉천동 귀신’과 ‘옥수역 귀신’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특정 포인트에서 마우스 스크롤이 멋대로 움직이면서 컷을 연속적으로 띄운다. 즉, 컷들이 합쳐지며 동영상과 같은 효과를 주는 것이다. 이 웹툰은 국내에서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어들였다. 또한, 저명한 만화 분석가 스콧 맥클라우드) 역시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이 웹툰을 언급했다.
한국의 공포문학은 공포영화, 공포웹툰과는 다르게 조용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공포 소설가들의 모임 ‘매드클럽’은 모음집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을 6편째 출간하고 있다. 이 모음집에는 가족의 해체·불륜과 보복·은둔형 외톨이·엽기적인 살인 등 현대 사회의 각종 이슈를 공포라는 장르를 통해 나타낸다. 이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일상적인 소재를 다룸으로써 보다 가까운 공포를 독자에게 전달해 준다.
직접 체험하는 공포 콘텐츠들도 최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놀이공원에 가면 필수코스로 여겨지는 ‘귀신의 집’은 대학로에서도 즐길 수 있다. 이는 오는 7월, 대학로 상명아트홀 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이 ‘귀신의집’ 체험전에서는 처녀귀신, 저승사자, 구미호 등 한국 대표 귀신을 통해 한국적인 공포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2013년과 2014년 매진 기록을 이어온 ‘좀비런’ 역시 대표적인 공포 콘텐츠로 자라나고 있다. 이는 3km의 게임 코스를 좀비들의 추격을 따돌리며 임무를 수행하는 체험 문화 콘텐츠다.
이처럼 공포 콘텐츠는 공포영화부터 시작해서 공포웹툰, 공포소설, 공포체험 등 수많은 엔터테인먼트를 낳고 있다. 분명 ‘공포’라는 단어는 사람들이 꺼려야 정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콘텐츠 속의 그 ‘공포’가 실제로 날 집어삼킬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공포 콘텐츠의 특성을 생각해볼 때, 그 수요와 공급은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