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전상서
어머니 전상서
  • 하홍민 / 신소재 13
  • 승인 2015.05.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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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어머니의 자랑, 첫째 아들 홍민입니다.
오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5월이 왔습니다.
이 편지를 어머니께서 읽으실 때면 저는 훈련을 받고 있겠지요.
이렇게 글로써 어머니를 뵙는 게 실로 오랜만입니다.
편지를 쓰면서 제 모습을 돌이켜보니 참으로 못난 아들이었습니다.
학업과 시간관리, 인간관계 등 오로지 저 하나만을 보고 달려왔던 하홍민이었습니다.
조금씩 늘어가는 어머니의 흰 머리카락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캠퍼스 안의 벚꽃을 보며 ‘언젠가 한 번쯤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저는 딱 그 만큼의 아들이었습니다.
학기 중 어머니의 ‘아들, 뭐하니?’라는 질문에 전 ‘수업 중’이라는, 자동응답기의 음성처럼 딱딱하고 죽어있는 답장만 보냈습니다. 먼저 전화를 걸 시간도, 용기도 있었지만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딱 그 정도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런 못난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밤마다 걱정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참 민망하고 염치가 없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인색하지만,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퍼주시는 어머니께 감사한 동시에 야속하기도 합니다. ‘훈련소에 들어가 힘들진 않을까’하는 걱정에 몸에 좋다는 약도 지어주시며, 인터넷 편지 쓰는 법을 알기 위해 생전 만지시지 않던 컴퓨터를 기웃거리시는 어머니. 그런 당신에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저에게 가장 큰 자랑이자 행운은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이란 사실입니다. 세상에서 저를 가장 사랑해주시는 마음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겠습니다. 어머니께서 한없이 베풀어 주신 사랑을 항상 제 마음속 깊은 자리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건강관리 꼭 하시면서 못난 아들이 발전해서 올 수 있도록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어머니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