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고등학생이 된 동생에게
이제 고등학생이 된 동생에게
  • 김정환 / 신소재 14
  • 승인 2015.05.0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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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진권아?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렇게 너한테 편지 쓰는 게 처음이구나. 올해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아마 하루하루가 많이 달라졌을 거야. 밤까지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고, 슬슬 사람들이 대학 이야기도 하기 시작할 텐데 힘들지 않으려나 걱정되네.
고등학교 공부는 힘들지? 나도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 잘 안하고 PC방에서 놀다가 걸리고 그랬는데 고등학교 가니까 많이 달라지더라. 이렇게 3년을 어떻게 사나 싶기도 했고, 갑자기 다들 공부 이야기에 열을 올리니까 걱정이 많이 됐어. 갑자기 자습을 시키니까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수업 이외에 공부를 한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 며칠은 거의 멍 때리고 있었지.
 그래도 고등학교가 마냥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야. 학교 생활이 힘드니까 친구도 더 잘 어울리게 되고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생길 거야. 나도 고등학교 때가 제일 힘들었지만 재미있었고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 무작정 주어지는 공부만 하는 것도 좋은 학교생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것보다는 한 가지라도 의미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지금 제일 먼저 했으면 하는 일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 ‘이거 하면 좋겠다’ 하는 거 말고, 진짜 뭘 하고 싶은지 고민을 해 보자. 전에 마술 하고 싶다고 했을 때처럼 지금도 뭔가 하고 싶은 일은 없는지 잘 생각 해 봐. 나는 솔직히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공부 열심히 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고등학생이니까 할 수 있는 걸 좀 해 봤으면 좋겠어. 주말에 밖에 놀러도 다니고, 친구들이랑 봉사활동도 같이 하고, 작은 거라도 좋으니까 직책을 한 번 맡아 봤으면 좋겠어.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게임 적당히 하고,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일도 도와 드리고. 내가 집에 없으니까 이것저것 하면서 집에 사람 있는 티도 좀 내고. 둘 다 말주변이 없으니까 집에 같이 있어도 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 심심했는데 이제 이야기도 좀 많이 했으면 좋겠다. 학교 생활 하면서 힘든 일 있으면 말하고 나도 앞으로 좋은 형 되도록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