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 차세대 2차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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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주 /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 승인 2015.04.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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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설퍼전지 작동원리, 주요 이슈 및 연구개발 방향
현재 휴대용 전자제품과 전기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가 이론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차세대 이차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설퍼(황, S8)와 리튬 금속을 각각 양극소재와 음극소재로 사용하는 리튬-설퍼전지는 친환경, 초저가, 고에너지밀도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포스트 리튬이온전지(post lithium-ion battery)로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리튬-설퍼전지는 뛰어난 장점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율특성, 수명특성 등과 같은 주요 전기화학적 특성이 해결되지 않아 실용화가 매우 늦어졌다.

리튬-설퍼전지 역사
1960년대 리튬-설퍼전지가 처음 제안되었으나, 1990년대 중반까지는 상온에서 구현되는 가역용량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고온에서는 이론용량에 근접하는 높은 방전용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에 미국의 벤처기업인 Polyplus 사(미국 캘리포니아 주 소재)가 상온에서 고용량 리튬-설퍼전지를 선보인 것은 리튬-설퍼전지 개발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것이다. Polyplus 사는 글라임(glyme)계 용매에 폴리설파이드가 고농도(S 기준으로 10 M 이상)로 용해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전해액의 기본 성분으로 사용하였다. 당시 Polyplus 사가 제안한 전해액 기술을 지금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 SDI는 2000년대 초반에 Polyplus 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리튬-설퍼전지 개발을 착수하였으나, 풀셀(full cell)에서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고율특성, 수명특성 및 부피에너지밀도가 낮아서 사업을 중도에 포기한 바 있다. 한편으로, 비슷한 시기에 Sion Power 사(미국 아리조나 주 소재)는 리튬이온전지 공정기술을 적용하여 박막형의 설퍼양극 제조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Sion Power 사는 초기에 유기 황(organic sulfur)을 양극활물질로 적용하기도 했으나, 가역용량이 낮아 설퍼(황, S8)로 양극활물질을 변경하였다. 최근, 영국의 Oxis Energy 사는 리튬이온전지 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밀도(300 Wh/kg)를 갖는 리튬-설퍼전지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튬-설퍼전지 작동원리
리튬-설퍼전지의 주요 문제점 중 하나인 고율특성은 설퍼의 전기적 특성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널리 이해되어 왔다. 설퍼가 부도체이기 때문에 전자전달반응이 신속히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탄소 같은 도체와 복합체를 만들어 설퍼의 전기전도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Nazar 교수는 2009년에 메조기공탄소(mesoporous carbon)의 나노기공에 설퍼를 균일하게 주입함으로써 탄소/설퍼 복합체를 합성하여 설퍼 양극의 전기화학적 특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보고하였다. 이 논문이 리튬-설퍼전지 관련 학계에 미친 영향과 파장은 실로 컸다. 학계의 지대한 주목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1,100 회 이상 인용되었고, 수백편의 유사 연구가 전세계 유수 저널에 발표되고 있다. 새로운 다공성 탄소를 합성하고, 기공 내에 설퍼를 주입하여 새로운 탄소/설퍼 복합체를 제조하는 것이 현재 리튬-설퍼 전지 양극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편, Scrosati 교수는 설퍼의 최종 방전 생성물인 리튬설파이드(lithium sulfide, Li2S)가 전기전도도가 거의 없는 부도체이기 때문에 충전 시 전자전달반응이 느리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충전속도를 높이기 위해 리튬설파이드/탄소 복합체를 제조하여 양극에 적용하는 연구를 제안하였다. Cui 교수는 이 개념을 발전시켜 리튬설파이드를 나노기공에 담지된 리튬설파이드/탄소 복합체 제조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작년 필자는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센터(박민식 박사), 부산대(김석 교수)와 공동으로 거의 반세기 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리튬-설퍼전지 작동원리를 규명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리튬-설퍼전지는 만충전 상태(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고체 설퍼입자가 직접 전자를 받아 방전반응이 시작되고, 만방전 상태(완전히 방전된 상태)인 고체 리튬설파이드(Li2S)입자가 직접 전자를 받아 충전반응이 진행된다는 것이 그간 학계의 확고부동한 정설이었다. 이러한 인식 하에 수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탄소 내에 설퍼나 리튬설파이드를 담지하거나 복합화하여 전기전도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집중해 왔다.
공동 연구팀은 리튬-설퍼전지의 방전 및 충전 메커니즘에 대한 학계의 오류를 발견하고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탄소 양극과 전기적으로 분리된 고체 활물질(설퍼 또는 리튬설파이드)이 전기화학 반응에 참여한다는 확실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전자전달(charge transfer) 반응이 고체-고체 계면(solid-solid interface)이 아닌 고체-액체 계면(solid-liquid interface)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전해액에 소량으로 녹아있는 설퍼 분자가 탄소 표면에서 전자를 받아 환원되어 폴리설파이드(polysulfide)를 생성하면서 설퍼 양극의 방전반응이 시작된다 [그림 1 참고]. 충전 반응은 고체 리튬설파이드가 아닌 용액 중에 존재하는 중간 사슬길이(medium chain length)의 폴리설파이드가 산화되면서 시작된다. 이 산화반응과 결합된 화학반응을 통해 결과적으로 사슬길이가 긴 폴리설파이드(long chain polysulfide)가 생성된다. 전해액에 녹지 않는 리튬설파이드는 생성된 긴 사슬길이의 폴리설파이드와 화학적으로 반응하면서 지속적으로 소모되고 전극반응에 직접 참여하는 중간 사슬길이의 폴리설파이드로 전환된다 [그림 2 참고].

주요 이슈 및 연구개발 방향
리튬-설퍼전지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수명특성과 고율특성을 해결하고자 지금까지 매우 다양한 접근방법이 제시되어 왔다. 리튬-설퍼전지 양극반응에 대한 그릇된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인해 나타난 그간의 연구개발 방향의 적정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수명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폴리설파이드의 용해도가 낮은 전해액을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양극의 비가역반응은 폴리설파이드가 용해되어 양극 밖으로 확산되는 현상에 기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를 완화시키기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다. 하나는 흡착제나 차단막으로 용해된 폴리설파이드를 양극 내에 가두는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폴리설파이드의 용해도가 낮은 전해질을 찾는 연구이다. 전자는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나, 후자는 메커니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폴리설파이드를 고농도로 용해시키는 전해질이 도입되면서 고용량 리튬-설퍼전지가 가능케 되었다. 설퍼 양극의 전기화학 반응은 몇 가지 전극반응과 각 전극반응 전후에 여러 화학반응이 결합되어 일어난다. 폴리설파이드 사이의 화학반응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폴리설파이드가 용해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편으로, 충전이 진행되는 동안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리튬-설퍼전지의 양극에서는 활물질의 구조와 조성이 계속 달라지면서 활물질 및 양극의 부피변화가 수반된다. 따라서 부피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양극 구조 및 바인더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둘째, 고율특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관점이 변화되어야 한다. 고체-고체 계면에서 전자전달 반응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활물질에 전기전도도를 부여하려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 하겠다. 고체-액체 계면에서 전극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극 역할을 하는 탄소의 표면조성, 입체적 구조, 표면적 및 양극 내 탄소함량이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한편, 설퍼 양극의 전기화학 반응은 폴리설파이드 사이의 화학반응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화학반응이 신속히 일어날 수 있는 전해액의 개발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용액에 존재하는 폴리설파이드의 화학적 특성은 전해액에 의해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리튬-설퍼전지에서 전해액은 활물질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리튬 음극기술의 중요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리튬 금속은 화학적 및 전기화학적 반응성이 높아서 충방전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소모된다. 이러한 리튬 금속의 비가역성으로 인해 풀셀(full cell) 제조 시 리튬금속을 과도하게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리튬-설퍼전지의 부피에너지밀도가 리튬이온전지보다 낮게 된다. 리튬금속의 가역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표면에 유기질 또는 무기질 보호막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리튬-설퍼전지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튬 음극기술의 확립이 절실히 요구되며, 이를 위해 리튬 음극기술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