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 닉네임 제도
기획취재 - 닉네임 제도
  • 신용원 기자
  • 승인 2015.03.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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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와 실명의 징검다리 '닉네임'… 효과적인 절충안으로 기능
지난해 12월 15일 정보전략팀에서 기존의 무명씨를 대신해 닉네임을 사용하도록 POVIS 게시판 운영 정책(이하 닉네임 제도)을 2015년 1월 6일부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게시물 작성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 건전한 게시판 이용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POVIS 자유게시판은 ‘게임 과몰입 규제’로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보직자 등의 실명이 직접 언급하며 비난을 하거나, 일부 부적절한 표현이 포함돼 있는 게시물이 게재되고 있어, 게시판에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다.
변경된 게시판 운영 정책에 따라 자유게시판 이용자는 △실명 또는 닉네임과 신분그룹 병기해야 하며, △닉네임은 1인당 1개(최대 월1회 변경 가능)만 쓸 수 있고, △신분그룹은 교원, 직원, 연구원, 학생으로 표시된다. 주요 변화 중 하나는 닉네임과 함께 신분그룹이 명시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신분그룹을 사칭하는 글이나 댓글을 방지해, 신뢰성 있는 의견 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일부 학우들은 닉네임 제도로 인해서 학생, 직원, 연구원와 같이 학내 지위가 비교적 낮은이용자들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카이스트 학내 게시판 ‘ARA’의 경우, 우리대학과 같이 닉네임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게시판이 위축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대학 닉네임 제도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실제 사용자 아이디를 암호화하여 보관하며, 기존의 무명씨와 같이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 외부 수사기관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가 제공될 수 있으나, 이는 법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는 장치로서 기존의 무명씨 제도 때와 동일하다. POVIS 자유게시판을 이용하는 한 학우는 “학교가 익명성을 보장해준다는 신뢰가 쌓인다면, 위축되는 현상은 없을 것”이라며, 대학과 학생 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닉네임 제도의 도입으로 익명성에 ‘컨셉’이 더해졌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닉네임을 지어 활동하기도 한다. 단순히 흥미 요소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전의 무명씨와 달리 글이나 댓글을 함부로 달 경우 비난받기도 해 게시판을 순화하는 기능을 한다.
새로 도입된 닉네임 제도에 대해 실명제를 운영해야 한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닉네임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기존의 문제들이 간간히 반복된다는 것을 보면, 닉네임 제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닉네임 제도는 익명제를 원하는 다수의 이용자들에게는 익명성의 요구를 충족시키며, 가상의 정체성을 부여해 이용자들에게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함으로써, 현재는 성공적인 ‘절충안’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