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너, 숙취
피할 수 없는 너, 숙취
  • 김현호 기자
  • 승인 2015.03.04 1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어김없이 우리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아침부터 찾아와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그 친구의 이름은 ‘숙취’이다. 우리대학 학우들은 숙취의 고통으로 아침 수업에 결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숙취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숙취의 주범은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이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술에 포함된 알코올이 분해되어 생성된다. 알코올이 간에서 알코올분해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로 인해 분해되는 것이다. 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미주신경, 교감신경 내의 구심성 신경섬유를 자극하여 구토 및 어지러움, 동공확대, 심장박동 및 호흡의 빨라짐 등의 ‘숙취’를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숙취라는 것은 체내에 알코올 및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남아있어 지속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견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Adam rogers의 『Proof -the science of booze』에 그러한 견해가 담겨있다. 이 책에서는 숙취의 원인을 “아직 정확히 모른다”라고 말한다. 미국의 숙취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600억 달러(약 170조 원)라고 하지만, 퍼브메드(생명과학/의학 문헌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지난 50년 동안 술을 주제로 한 연구 65만 8,610건 중 숙취에 관한 연구는 406건에 불과하다.
이렇게 과학계에서 외면받는 숙취이지만, 그에 관한 몇 가지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숙취 증상이 가장 심할 때는 음주 후 12~14시간 뒤로 보통 다음 날 아침에서 점심 사이에 해당한다.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빼앗기는 셈이다. 또한, 숙취가 최악일 때 혈중알코올농도는 0에 가깝다.
Adam rogers의 책에 따르면, 숙취 원인과 관련된 이론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것은 ‘염증반응가설’이다. 술을 마셨을 때의 증상이 염증의 증상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숙취 상태에서는 우리 몸의 면역관련 신호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s)의 수치가 병균에 감염됐을 때와 비슷하게 바뀌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 발행된 알코올에 의한 숙취 상태에서 cytokine 생성능의 변화(The Changes of Cytokine Production during the Hangover State Induced by Experimental Alcohol Consumption) 논문을 살펴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사람이 숙취 상태에 빠지면 인터류킨10, 인터류킨12, 인터페론감마 같은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높아진다고 한다. 한편 건강한 사람들에게 이런 사이토카인을 주사하면 숙취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또 기억력 감퇴 역시 발생하는데, 과음할 때 나타나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숙취와 나이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영국 킬 대학의 리처드 스티븐슨 교수팀은 덴마크인 18~94세 성인 5만 2,000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숙취 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수록 숙취 증상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숙취 증상 중 신체적 무력감 혹은 탈진감에서는 18~29세의 남성은 62%가 그렇다고 한 반면, 60세 이상의 남성은 14%만 그렇다고 답했다. 메스꺼움 증상은 노인층이 1.5%, 젊은층이 10%였으며 어지럼증은 노인층 1.5%, 젊은층 8%로 나타났다.
한편, 숙취를 해결하기 위해 ‘해장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술로 술을 제압하는 이열치열 방식의 해결법이다. 이러한 해결책은 어이없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이는 해장술이 메탄올 대사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즉, 과음을 하면 효소들이 에탄올을 먼저 대사시키므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본격적으로 메탄올이 대사되면서 숙취 증상이 나오는데, 이때 소량의 술을 마시면 다시 에탄올을 대사시키게 되므로 메탄올의 대사가 억제돼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이 덜 나온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술을 ‘에탄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효모가 과일이나 곡물로 알코올 발효를 하다보면 메탄올도 소량 만들어진다. 따라서 모든 술에는 메탄올이 약간 들어있기 때문에, 이러한 ‘해장술’도 꽤나 설득력 있는 해결책이다. 물론, 해장술이 습관화되면 알콜 중독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