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는 허니버터칩을 산다
그러나 우리는 허니버터칩을 산다
  • 박정민 기자
  • 승인 2015.03.04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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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기업의 제품이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질과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는, 소위 내수차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 중 특히 과자류의 경우 물가 상승과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양은 적게, 포장은 크게 변해 오던 것이 2013년경부터 공론화되면서 최근 ‘국산과자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벌어지는 등 소비자 반발이 나타났다.
지난해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제과업체별, 제품별 가격 원가 자료에 따르면 오리온 초코파이(420g)는 원가 비율이 43.7%다. 반면 수출용 초코파이의 원가율은 미국(62.6%) 이란(70.9%) 필리핀(78.9%) 등으로 내수용을 웃돌았다. 같은 제품이 해외에서 더 싸게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수출용 제품이 외국에서는 관세가 붙는 소위 ‘수입품’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국내에서 국산 과자가 더 비싼 이유를 알아보려면 먼저 내수 시장의 특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제과산업은 설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과자류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롯데, 오리온, 해태, 크라운 4사를 합쳐 △2011년 82.87% △2012년 72.2% △2013년 70.9%로 이들 4개 대기업이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하는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의 2013년도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음식료시장은 2000년 이후 성장률이 확연히 정체된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식료품 물가상승에 따른 서민체감경기 악화로 업계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인구 5,000만 명의 제한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주요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감소한 점도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저하시킨 주요인이다. 최근에는 가격인상에 의존하여 매출성장을 이어가려 하고 있으나, 오히려 영업이익률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원자재 가격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과시장의 특성상 치열한 판매경쟁으로 판촉비, 매출할인, 인건비 상승 등 관리비용의 급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국산과자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대체재인 PB상품, 수입과자 등의 수요가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국산 과자의 시장점유율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CU의 PB 상품인 콘칩군은 크라운 콘칩보다 큰 용량과 1000원 저렴한 가격 덕분에 전년 대비 53% 매출이 늘었다. 최근 수 년 동안 롯데마트 내 수입과자 비중은 △2010년 8.2% △2011년 14.3% △2012년 16.4% △2013년 20.9% △2014년 26.5%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크라운을 제외한 나머지 롯데제과·오리온·해태제과·농심 등 4개 제과업체는 2011년 대비 시장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 롯데제과는 2.2%포인트, 해태제과는 0.5%포인트, 농심과 오리온은 각각 0.1%포인트씩 하락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장기화되지 않으리라는 시선도 있다. 과자류는 대표적인 충동구매 제품이며 가격 차이가 소액이라는 인식이 강해 가격을 의식하지 않고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주 소비층이 유소년층인 품목인 만큼 부모의 입장에서 건강, 유기농, 무첨가 등의 고급화 전략은 가격상승에 타당한 이유를 부여한다. 비슷한 품목에서 국산품을 더 선호하는 국산품 애용 풍조도 국산 과자에 힘을 실어 준다. 국산과자 불매 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8월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을 출시했다. 기존의 과자와 동일한 과대 포장과 비싼 가격을 가지고 등장했지만 출시 후 4개월 만에 200억 원 어치가 팔려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에 의해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고, 수입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등 소비형태가 바뀌고 있다. 우리는 똑똑한 소비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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