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나아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세상으로 나아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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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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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6회 졸업식이 거행된다. 266명의 학사와 204명의 석사, 259명의 박사가 이제 우리대학을 떠나 사회로 나아간다. 영광스러운 졸업에 이르기까지 한 명 한 명의 학생들이 쏟았을 그간의 노력과 열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 자리를 빌려,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그들에게 격려와 당부의 말을 전하는 한편, 교정을 떠나가는 그들의 앞길이 밝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우리가 새롭게 다짐해야 할 바를 새겨 본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졸업은 끝이 아니다. 인생에 있어서는 끝이라기보다 시작에 가깝다는 것, 학업에 있어서도 절대 무언가를 끝내는 것일 수 없다는 것을 모두 다 안다. 학위 과정이 바뀌어 좀 더 깊고 넓은 공부를 위해 진학을 하는 학생은 물론이요, 세상으로 나아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될 학생들 또한 새로운 배움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우리 졸업생들이 맞이하게 될 여러 가지 새로운 배움의 영역을 생각하면서 우리대학의 교육을 돌아보고자 한다.
얼마 전 독일의 한 고등학생이 SNS에 짧은 글을 남긴 것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4개 국어로 시를 감상할 수 있지만, 세금이나 보험, 집세 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는 말이었는데, 공감의 글이 폭주하면서 정부 당국에서까지 교육 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폭넓은 지식을 요구하는 어린 학생의 문제의식이 와 닿은 한편, 그가 배웠다는 교육과정이 부럽기도 했고, 독일 정부의 대응 태도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봤을 때 우리는 어떠한가.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인 우리대학의 경우는 아마 반대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된다. 전공능력의 수월성은 갖추었으되, 다른 분야는 어떨지 자신하기 어렵다. 21세기 들어 지능지수[IQ]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감성능력[EQ]은 어떠할지, 공부는 물론이요 모든 분야에서 절실히 요청되는 창의적인 사고능력은 괜찮을지, 공부만 잘하는 바보가 안 되기 위해 필요한 사회생활 능력은 어느 정도나마 갖추었을지, 의사소통능력과 리더십의 소양은 준비가 되었을지 등등 구석구석 생각해 보면 걱정 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저 독일의 고등학생이 잘 갖추었다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바, 시를 감상하고 예술을 향유하는 것, 인류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인간성에 대해 사고하는 데 있어서는 조그마한 능력이라도 갖추었으리라고 기대할 수조차 없다.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고등교육과정에서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고 필자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들과 인류의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는 소양과 능력만큼은 학생들의 전공과 무관하게 반드시 교육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른바 일반교양교육(general education)만큼은 대학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에 휘둘리는 중고등학교 교육 현장을 생각하면, 그러한 문제를 초래한 직접적인 당사자인 대학들이, 한국 고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교육을 제대로 행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운가를, 729명의 졸업생을 떠나보내는 시점에 다시 생각해 본다. 국가와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을 해결하는 미래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우리대학의 소명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전공능력의 수월성만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국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세계사의 흐름은 어떠한지, 전 세계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갈등들의 정치경제적, 문화적 원인은 무엇인지, 인류의 행복 증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의 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우리 교육이 얼마나 제공했는지를 되돌아볼 일이다.
물론 개개인 한 명이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처럼 모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 일이지만, 세상에 없었던 길을 걸어 나가는 선구자를 배출하려는 대학이라면, 그러한 선구자에게 요구되는 폭넓은 안목과 다양한 능력을 함양할 기회를 탄탄히 갖추어야 마땅할 것이다. 오늘 교정을 떠나 사회로 나아가는 학생들 각자가 자신이 새롭게 놓이는 곳에서 또한 열심히 공부하며 필요한 자질들을 습득해 가리가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러한 믿음과 기대만으로 스스로 안주할 일은 아니다. 졸업생들의 새로운 걸음이 좀 더 생산적이 되게 하기 위한 우리대학의 준비 상태를 졸업식을 맞이하여 점검하고 반성해 보는 일은 대학에 남아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