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시대부터 보존된 의상 한복, 새로운 변화의 바람 불어
고구려 시대부터 보존된 의상 한복, 새로운 변화의 바람 불어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5.01.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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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한복은 원래 편하다
사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수로 셀 수 있겠느냐마는, 일단은 음식, 옷, 그리고 주거 공간 3가지로 나누는 데는 모두 동의하곤 한다. 따라서 모든 문화권은 저마다의 의식주 문화를 만들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의식주 문화가 뚜렷하지만, 가장 현실에서 보기 힘든, 즉 많이 사장된 문화는 아무래도 ‘한복’이다.
이는 6.25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민중들의 옷이 한복이었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심지어 7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갓과 도포를 갖춰 입은 어르신들이 서울 거리에도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한복은 복식사에서 그 형태를 매우 오래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놀랍게도 가장 초기 형태의 한복은 기원전 3세기의 고구려 벽화에서부터 나타나는데, 이때부터 저고리와 바지 – 여자는 치마 안에 바지를 입었다 – 라는 기본 형태가 나타난다. 고려시대를 거치며 몽골의 의상이 한복에 큰 영향을 받지만(단적인 예로 신부가 쓰는 예식용 모자인 족두리는 몽골 여인들의 외출용 모자였다고 한다), 큰 틀의 변화가 없이 저고리의 길이나 치마의 시작 위치가 달라지는 식으로 계속 계승되어 왔다. 23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문화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한복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바로 ‘한복은 불편하다’라는 생각이다. 한복은 아예 시작부터 활동성을 중시하고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는 한복이 북방계열의 의복인 호복에서 유래했고, 호복의 양식 자체가 기마, 수렵 생활이 기본이다 보니 말을 타고 사냥을 다니기에 맞는 좁은 소매의 저고리와 바지를 기본 옷으로 입었다. 남녀 불문하고 하의는 치마가 기본이었던 중국 남방계열의 옷이나 습한 날씨 때문에 하의를 입지 않고 상의를 길게 만드는 ‘원피스’ 형태의 의복을 입은 일본과는 크게 다르다.
이와 같은 오해는 실제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한복이 의복으로서 서양 복식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금 한복을 일상생활에서 착용하는 사례는 제사나 차례를 지낼 때, 혹은 명절날 예를 갖추기 위해서이다. 이때 착용하는 한복은 착용이 복잡하고 옷 매무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며, 비싼 경우도 많다. 사실 이는 한복의 역사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관리들이 입는 관복의 경우 중국의 관복 제도를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공식적으로 입는 옷과 생활적으로 입는 옷이 나뉘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무백관들이 종묘사직에 제를 올릴 때나 경축일에 입던 의복을 조복이라 하는데, 이는 사실 색을 빼고는 중국과 거의 같다.
다만 이렇게 예를 갖출 때 입는 한복 역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색이 다채롭고, 몸이 다 들어나지 않아 다양한 몸매의 사람이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19세기 말의 저고리는 거의 가슴과 겨드랑이가 드러날 정도로 짧기도 했으며, 디자인에 따라 매우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명절날이면 방송에서 걸그룹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입은 한복을 볼 수 있는데, 활동성 면에서야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지만 미적인 면에서는 감탄이 나온다.
또한, 한복 중에서도 충분히 편한 의복이 있다. 바로 생활한복이다. 원래 한복이 가지고 있는 편안함을 최대한 살린 의상인 생활한복은 동대문 의류시장에서 상의와 하의를 합쳐 3만원 이내로 구입할 수 있는데,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경우 조금 더 가격이 올라간다. 생활한복은 정말 편하다. 먼저 몸을 조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벼우면서도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다. 필자 역시 생활 한복을 입는 입장에서 정말 잠옷보다 편안하다는 점을 계속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공식적인 행사 자리에서 입는 기모노는 매우 비싸지만 집안 대대로 한 벌쯤은 물려가며 입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카타라는 옷의 경우 원래는 목욕 후 입는 옷이었지만 지금 많은 젊은 층에게 새로 조명 받는 의상이 되었으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복도 편견을 넘어 다시 우리 생활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한복은 사실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