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은 무슨, 담뱃‘세’ 인상이지!
담뱃값 인상은 무슨, 담뱃‘세’ 인상이지!
  • 최지훈 기자
  • 승인 2014.12.0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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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간접세 인상
올해 들어, 정부의 잇단 간접세 인상 시도가 서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간접세란, 세금을 내야할 사람과 실제 내는 사람이 다르게 되는 세금을 말한다. 예컨대 과자에 붙는 부가가치세(부가세)는 과자회사가 내야하지만 실제로는 원래 과자값에 10% 더해진 값을 소비자가 지불하며 세금을 내기 때문에 간접세로 분류된다.
간접세는 숨어있는 세금이다. 물건 값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구매를 하며 세금을 낸다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간접세 인상은 직접세 인상보다 저항이 적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수월하게 세수를 늘리는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간접세를 ‘참 나쁜 세금’으로 표현한다. 직접세인 소득세나 법인세의 경우 돈 많은 사람이나 돈 많은 회사가 더 많이 내지만 간접세는 누구나, 물건을 산만큼 낸다. 세금의 목적 중 하나인 ‘부의 재분배’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선진국은 직접세의 비중이 높으며 개발도상국은 간접세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2012년 기준) 국세 총 203조 원 중 △부가세 55.7조(27.4%) △법인세 45.9조(22.6%) △소득세 45.8조(22.5%)로 3대 세금 중 부가세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 측은 정부의 이런 간접세 인상 방침을 ‘서민증세’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법인세 혜택 등으로 대표되는 부자감세의 철회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민증세는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20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3.7%로 정부나 한국은행보다 낮게 잡아 발표하며 간접세 인상을 언급했다. 담뱃세 등의 간접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이 소비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뱃세 인상에 숨은 꼼수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내년부터 2천 원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올리는 것”이라고 설명해왔지만 ‘세금을 더 걷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반발을 삭이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담배에 붙는 세금은 한 갑당 1,550원이다. 이것이 인상 후에는 1,768원이 늘어난 3,318원이 붙게 된다. 이렇게 모이는 세금이 현재는 연간 6조 8천억 원 규모인데, 이중 정부가 32% 지자체와 교육청이 68%를 가져가고 있다.
담뱃세 인상 후에는 소비량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9조 5천억 원으로 세수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담뱃세의 세목 중 개별소비세가 신설돼, 인상된 세금 중 73.4% 가량을 정부가 가져가게 된다. 정부의 증세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담배업체 KT&G는 3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에서 “흡연율은 일시적 줄겠지만 길게 보면 2004년 가격인상 때와 같이 일시적으로 등락했다가 회복될 것”이라며 사실상 금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흡연율이 34%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담뱃세를 금연 정책에 별로 쓰지 않는 것도 반발에 한 몫을 한다. 올해 기준으로 담뱃세 중 2조원이 건강증진기금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에서도 1%에 불과한 243억 원만 금연 관련 예산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체 담뱃세와 비교하면 0.4%에 그친다.
정치권은 이 정책에 대해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으나 증세 자체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자체나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는 담뱃세에 개별소비세 대신 소방안전세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 측은 개별소비세를 신설하지 말고 기존 세목을 유지한 채 인상하자고 제시한 바 있다.

비만세? 살찐 것도 서러운데
지난 10월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비만관리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비만문제해결에 나섰다. 이에 우리나라에도 비만세가 도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만세는 햄버거, 탄산음료 등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세금을 매겨 해당 식품의 소비를 줄임으로써 비만율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로 매겨지는 세금이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비만세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덴마크의 경우 물가 상승, 기업 운영비용 증가 등 부정적 효과를 경험하고 도입 1년 만에 비만세를 폐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괜한 걱정인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측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도비만과 초고도비만을 모니터링하고, 그 폐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나갈 계획이며, 체계적인 영양교육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라고 위원회의 활동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는 신중하게
지난달 4일 서울신문은 기획재정부 등을 인용해 내년부터 채소, 과일, 고기 등 비가공식품과 책, 신문, 학원비 등에 부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인터넷은 증세에 대한 반발로 들끓었다. 특히 비가공식품 과세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측은 보도가 나온 당일 “해당 품목에 대한 과세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부가세율 인상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안 생겨요... 싱글세라니
지난달 11일 매일경제는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가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싱글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온 직후 인터넷에는 “결혼을 못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매기느냐”에서부터 심지어는 “대통령에게 먼저 매겨라”라는 분노에 찬 말까지 터져 나왔다.
이에 보건복지부 측은 “싱글세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한 말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밝히며 “앞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페널티를 줘야할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잇단 증세 움직임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농담이 국민들의 속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 해명 후에도 논란은 가시지 않았으며 야당에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기에 이른 것이다.

주민세ㆍ자동차세도 서민에겐 부담
주민세와 자동차세는 국세가 아닌 지방세로, 직접세ㆍ간접세의 분류를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과세 불평등의 관점에서는 간접세와 궤를 같이 한다.
지난 7월 안전행정부는 주민세를 1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주민세를 1만 원 한도 내에서 지자체별로 조례로 정하도록 돼있고 전국적으로 평균 4,620원이 책정돼 있다. 그런데 이것을 1만 원 이상으로 인상한다는 것은 2배 넘게 올린다는 방침이어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추가로 영업용 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3년에 걸쳐 역시 2배가량 인상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여기서 자가용 자동차는 제외된다.
이런 정부 방침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를 포함한 ‘서민증세 6대법’을 규정하고, 연간 서민들의 세 부담이 6조 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저지 방침을 밝혀 정치권에서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