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포식자’, 식충식물 기르기
역동적인 ‘포식자’, 식충식물 기르기
  • 박정민 기자
  • 승인 2014.12.03 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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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지 아니한가 - 마니아(Mania)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반려동물에 대한 환상이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 기숙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제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대안으로 식물은 어떨까. 포항공대신문은 식충식물을 반려식물로 키우고 있는 한 학우를 만나봤다.

취미를 시작한 계기는.
시작한 지는 반 년 됐다. 지난 학기 겨울방학이 끝날 때, 공허감 때문에 무언가를 키우고 싶었다. 기숙사에는 동물을 키울 수 없어 좌절하던 도중 식충식물을 본뜬 포켓몬인 우츠동이 떠올랐다. 식물 중에서도 움직이고 먹이도 줄 수 있어 바로 셋을 충동 구매해 키우게 됐다.

식충식물의 매력은.
식물인데 움직인다. 더 이상 생산자가 아닌 포식자가 된다.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중 가장 역동적인 파리지옥 종은 안에 섬모가 있어 건드리면 팍 닫힌다.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재미있다. 닫히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서 많이 건드리면 죽는 게 흠이지만. 키우기도 편하고 건강해서 키우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방충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벌레는 직접 잡는 게 낫다. 네펜데스나 끈끈이 종이 조금 효과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네펜데스 종은 꺾꽂이, 접붙이기 등으로 번식이 가능하다. 대를 잘라서 그대로 심는데 세 개 시도해 하나 성공해봤다. 나중에 기숙사에서 좀 더 번식시키고 싶다. 많이 키워 다른 사람에게 분양해서 학교 전체를 식충식물로 뒤덮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햇빛과 습도 조절이 힘들었다. 습도에 민감해서 습도를 맞춰 주려고 일부러 빨래를 널기도 했다. 식충식물을 키울 때 습도계와 온도계는 필수다. 곤충이 너무 없을 때는 치즈를 넣어 줬는데, 조각이 너무 커서 소화를 못 시켜 썩는 냄새가 난 적도 있었다. 쥐, 바퀴벌레 등도 잡긴 하는데, 소화를 다 못시키기 때문에 썩기 전에 떼어 줘야 한다.
처음 키울 때 많이들 실수하는 게 영양제를 주는 것이다. 식충식물 자체가 진화가 척박한 환경에서 이루어진 식물인데 영양이 많아지면 트랩이 열리지 않고 평범한 풀이 된다. 흙도 푹신푹신하고 영양분 없는 전용 흙을 써야 한다.

취미를 갖고 싶은 포스테키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숙사가 취미를 갖기 힘든 환경인 것은 맞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취미는 많다. 해외직구를 통해 장비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심심해하는 건 진짜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잡지같은 걸 읽다 보면 특이한 것도 많고 취미를 갖기 쉽다.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빈둥거리지 말고 취미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