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집단의 하향평준화, 그리고 포스테키안
엘리트 집단의 하향평준화, 그리고 포스테키안
  • 윤태호 / 수학 14
  • 승인 2014.12.03 0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텍은 명실상부한 ‘엘리트 집단’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우수한 학업적 역량을 보인 학생들, 혹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기대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모아 놓은 곳이니 엘리트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트가 긍정적인 어감만 갖고 있는 말이 아니듯이, 엘리트들이 모인 곳에서는 항상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하향평준화 문제다.이런 곳에는 좌절이나 실패보다는 칭찬과 성공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서도 경쟁이나 평가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학업 성적이나 각종 실적 등의 면에서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구조다. 그런 경우 적응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자신감 및 자존감의 상실도 동반된다. 사실 이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일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그것이 전체 집단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다.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믿고 끝까지 고민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려는 의지가 점차 무뎌진다거나, 도전보다는 안전을 찾게 되는 등, 그런 현상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늘 편한 것을 떠나 새로운 일들을 찾고 자신을 몰아붙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니, 잠시 쉬어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개개인이 주변의 가라앉은 분위기에만 휩쓸려 있으면서 그런 상태를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면, 그것이 바로 집단을 하향평준화 시킬 것이다.필자는 수학, 과학 분야에 특화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이런 경향성을 자주 느꼈다. 그리고 아직 온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도 이따금씩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필자의 모교가 하향평준화된 것 같지는 않다. 후배들은 여전히 학문적 열정으로 함께 노력하며 발전해나가고 있고, 생각지 못했던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예전부터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 사이의 경쟁 구도나 결과 등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 길을 찾으며 친구들을 독려하는 ‘분위기 메이커’들과, 그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동조하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 학교에서도 다르지 않다. 어느 쪽이든, 고인 물 같은 상태를 경계하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포스테키안들이 있을 때, 진정한 포스텍도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