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만 ‘된통’ 당하는 단통법
소비자만 ‘된통’ 당하는 단통법
  • 최지훈 기자
  • 승인 2014.11.19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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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단통법’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2일, 이른바 ‘11.2 대란’이 발생했다. 애플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이폰6가 시장에 등장한지 이틀 만에, 새벽을 틈타 불법 보조금과 함께 10만 원대의 낮은 가격에 나왔다.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 소비자들은 몇몇 대리점에 100m 넘도록 줄을 서서 아이폰6을 구매했다. 이 상황을 취재하러간 기자들까지 구매에 동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란은 사상 초유의 ‘개통 취소’라는 대처로 마무리 됐고 무려 7만 명의 소비자가 미개통 피해를 봤다. 이 대란을 일으킨 주범 ‘단통법’은 대체 무엇일까.
단통법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의 줄임말로, 지난 10월 1일 처음 시행된 법률이다. 법률의 취지를 요약하자면 휴대폰의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을 내리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법이 취지를 벗어났다고 말한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로 현재 출고가가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둘째는 소비자별로 받는 보조금 액수에 큰 차이가 있어 불공평하다는 점이다. 셋째는 5:3:2의 시장점유율이 고정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독점과 담합이나 다름없는 시장상황이다.
이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여러 노력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각 통신사에 내린 영업정지 처분이나 과태료 처분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이런 처분들을 통과의례나 통행료 정도로 생각하며 시정명령 받은 사항들을 고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중소제조업체가 피해를 입어 팬텍이 워크아웃에 이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고, 대리점 사업자들도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특단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단통법이다.
단통법의 주요 내용은 역시 보조금 상한이다. 보조금이란, 휴대폰을 살 때 통신사와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지원하여 기기값을 깎아주는 돈을 뜻한다. 보조금은 앞서 말한 세 문제점 모두의 원인이 돼왔다. 제조사가 보조금을 애초에 기기값에 반영했다면 출고가는 지금보다 낮을 것이다.
또한, 보조금은 소비자 차별을 주도하고 있다. 휴대폰 시장에 대해 잘 아는 소비자는 새벽을 틈타 휴대폰이 싼값에 풀리는 ‘대란’에 탑승해 거의 꽁짜로 최신 스마트폰을 사는 반면 잘 모르는 중장년층은 제값을 거의 다 주고 사며 이른바 ‘호갱’이 돼왔다.
그래서 미래부와 방통위는 보조금의 상한을 정해놓고 그 이상은 주지 못하도록 했다. 그 상한선은 30만 원 가량이다. 이것은 출고가가 100만 원이 넘는 휴대폰을 70만 원 이하로 살 수 없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파장은 컸다. LG전자는 단통법의 영향으로 국내 휴대폰 매출이 4% 감소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대리점의 휴점이나 폐점도 속출했다. 이 와중에도 통신3사는 영업이익이 오히려 증가했다. 보조금을 줄인 덕분으로 해석된다. 단통법의 여파로 해외직구를 통해 유입된 휴대폰 수입량이 9월에 비해 10월에 무려 2.5배로 증가하기도 했다.
단통법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흘러간 데는 이유가 있다. 시행 직전 삼성 등 제조사의 반발로 분리공시 조항이 삭제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분리공시 조항은 보조금에서 제조사와 통신사가 각각 얼마만큼을 차지하는 지 밝히라는 것인데, 일부 제조사가 해외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출고가를 낮추겠다는 단통법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해결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분리공시 조항 추가, 보조금 상한 폐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문제도 있다. 분리공시 조항 추가는 다시 제조사의 반발을 살 것이다. 보조금 상한 폐지는 단통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통법을 반대 0표로 통과시켰던 국회는 스스로를 부정하듯 이미 위 방안들을 포함한 개정안을 4가지나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는 이미 뿔났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현명한 판단이 없다면 휴대폰 시장의 앞날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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