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병’ 걸린 사회
‘쿨병’ 걸린 사회
  • 최지훈 기자
  • 승인 2014.11.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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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가수 MC몽이 새로운 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앨범은 5년만, 1박2일에서 하차한 후로는 4년만이다.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그의 앨범 수록곡은 1주일간 음악 순위에서 9곡이 1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가 한때 연예계를 떠난 이유는 병역 기피 논란 때문이었다. 치아를 뽑고 공무원 시험 준비 등을 위장하여 병역을 기피했다는 논란이 크게 일었고, 이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법원은 발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공무원 시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이후 그는 “군대를 갈 수 있으면 지금이라도 가고 싶다”라는 등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그의 컴백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먼저, 컴백 시기에 관한 논란이다. 지난 9월 4일, 그는 생일을 맞아 만35세가 되면서 병역의무가 소멸됐다. 그 후 불과 두 달 만에 갑자기 나타났다는 점은 의도 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적절했다.
둘째로 자숙기간 동안 작곡, 작사를 몰래 해왔다는 논란이다. 이단옆차기라는 작곡ㆍ작사가는4명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 가장 활동이 왕성한 한 명의 신원이 분명치 않다. 그런데 그 사람이 MC몽 매니저와 이름이 같다는 점, 복수의 동료 연예인들의 증언에 미루어 보아 그 사람이 MC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단옆차기가 지속적으로 작곡ㆍ작사 활동을 해서 곡을 100개 가까이 제작했다는 점이다. 이 논란이 사실이라면 자숙했다는 것은 거짓말로 밝혀진다.
이외에도 앨범 내용에도 비난이 쏟아진다. 앨범의 제목인 ‘MISS ME OR DISS ME’는 ‘나를 잊던지 비난하던지’로 해석되는데 마치 자기잘못은 없다는 뉘앙스로 해석된다. 또, ‘Whatever’라는 곡에서는 “루머 퍼뜨린 놈들아”, “남 잘 되는 꼴을 못 봐” 등의 가사를 통해 반성은커녕 비판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노래는 노래일 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과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곡을 내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은가.
“병역기피하면 어때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됐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논리를 인정한다면 “독재면 어때 대통령이 경제만 살리면 됐지”, “컨닝하면 어때 학생이 시험만 잘 보면 됐지” 등 여러 위험한 논리들이 합리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다. 10위 안에 MC몽의 노래가 9곡이나 들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라 기성세대에도 이런 사람이 많다. 앞서 말한 “대통령이 경제만 살리면 됐지”라는 논리로 과거 독재 정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아직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은 세월호 참사를 잊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들도 널려있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쿨병’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뭐든지 ‘쿨’하게 넘어가려는 생각을 병으로 표현한 것이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 또한 의미를 같이 한다.
‘쿨’하게 넘어감으로써 세상이 바뀐 적은 없다. 위대한 정치가는 물론 위대한 연구자 또한 기존의 틀을 깨고자 노력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었고 인정받을 수 있었다.
‘쿨’한 사람보다는 ‘핫’한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