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율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성
치명율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성
  • 황응수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4.09.2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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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북부에 있는 강이름이다. 처음 환자가 발생했던 지역의 이름을 따서 에볼라바이러스로 명명하게 되었다.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주요 증상은 발열과 출혈로써, 과거에는 에볼라출혈열로 불리었으나 현재 공식 병명은 에볼라바이러스병이다. 2014년 4월 WHO에서 공식 발표한 사실에 입각한 2014년 집단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병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람에게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치명적인 병이다. 치명률이 90%에 이를 수 있다. 열대우림지역과 가까운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의 외따로 떨어진 마을에서 일차적으로 발생하였다. 바이러스는 야생 동물에서부터 전파되었고,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되어 퍼져나간다. 중증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집중적인 보조요법으로 치료하여야하나, 현재 사용이 승인된 특별한 치료법이나 백신은 없다.”
한국에는 에볼라바이러스가 없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발생되는 경우는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야생동물이나 사람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야생동물의 검역과 외국으로 왕래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역이 중요한 이유다.
에볼라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실모양의 비리온 형태이다.  지름은 약 80nm이며 길이는 1,000-1,400nm로 다양하다. 1967년에 분리된 마르부르크바이러스와 유사한 외형적 특성과 분자생물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이들은 필로바이러스과로 분류되었다.
바이러스 유전자는 선형 단일가닥 음성극성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방향이 mRNA와 반대방향인 경우를 음성극성이라고 함) RNA로 구성되어 있다. 길이는 약 19 kb이며, 유전자 순서는 3’ - 선도자 - NP(핵단백질) - VP(비리온단백질)35 - VP40 - GP(당단백질) - VP30 - VP24 - L(중합효소) - 트레일러 - 5’이다. 뉴클레오캡시드는 비리온 안쪽에 위치하며, 바이러스 당단백질 돌기의 길이는 10nm로, 10nm 간격으로 외피에 돋아있다. 당단백질 돌기는 당질화가 매우 많이 되어 있어 항원성 변이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바깥쪽에 존재하는 분자들이 특정 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수용체분자와 결합하여 그 세포에 들어가게 된다. 이러한 특이성 때문에 각 바이러스가 특정 세포에만 감염이 되어 증식하게 되고 그 감염된 세포에서 나타나는 반응의 특성에 따라 병변이 유발된다. 에볼라바이러스는 특히 단핵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에 잘 감염되어 증식한다. 바이러스 유전자는 음성극성으로 되어있어 유전자 자체만으론 감염능이 없다. 또한 동물세포에는 RNA 의존 RNA 중합효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비리온에 포함되어 있는 RNA 의존 RNA 중합효소가 바이러스 유전자를 복제하여 mRNA의 역할을 수 있게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RNA 의존 RNA 중합효소는 교정읽기 기능이 없어서 DNA중합효소와 비교하여 103-104배 정도 돌연변이가 잘 생긴다. 세포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백신접종으로 형성된 항체 등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터페론을 생산하여 분비하고 이 인터페론이 주위 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주위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게 된다. 그러나 에볼라바이러스는 증식과정에서 생산되는 VP35와 VP24가 인터페론의 생산과 작용을 억제한다. 바이러스 유전자가 복제되고 바이러스 구성성분이 충분히 생산되면 조립과정을 거쳐 비리온이 형성되고 바이러스 당단백질 돌기가 포함되어 있는 세포막에서 외피를 획득하여 세포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지게 되고 특히 간, 부신 등에서 과도하게 증식하여 장기를 괴사시킨다. 바이러스가 증식하면서 세포를 사멸시켜 파괴시키게 되면 그 세포가 담당하던 기능이 상실되어 그에 따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바이러스의 침투에 대한 면역반응이 시작되고 이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수지상세포에 감염되면 면역반응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게 되어 바이러스 증식을 제어하지 못하여 다량의 바이러스 생산이 이루어진다. 단핵구와 대식세포에 감염되어 종양괴사인자, 조직인자 등을 다량 분비하게 하고 혈관내피에서 세포간 간격을 넓혀 투과력을 증가시킴으로써 혈액이 혈관밖으로 유출되게 한다 (출혈). 또한 혈관내에서는 응고인자를 활성화시켜 혈액의 흐름이 억제되어 저혈압에 이은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
에볼라바이러스병은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체액과 접촉한 사람에게 전염되어 발생한다. 사람에서 사람으로의 전염은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의료기기, 주사기 바늘에 찔려 일어난다. 영장류 실험의 결과를 토대로 추정할 때 원숭이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에볼라바이러스병이 생기면, 혈청내에 바이러스가 최대 107 - 108 pfu/mL 정도 존재할 수 있으므로 오염된 주사바늘에 찔릴 경우 바이러스 양이 1,000 pfu이상으로 감염된다. 또한 원숭이에게 자이르에볼라바이러스 10 pfu를 근육주사하여 8-12일후에 사망한 결과가 있다. 이런 결과들과 실제 환자들의 역학조사 등을 종합하면 에볼라바이러스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혈액 또는 체액의 극히 소량이라도 접촉하여, 작은 상처나 점막 등을 통해 체내에 유입되면 치명적인 에볼라바이러스병이 생길수 있다. 1976년 에볼라바이러스 유행이 있었던 당시에 감염된 환자와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가족들의 사망율이 23%였으나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의 치명률은 81%에 달했던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잠복기인 2-12일후에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는데 초기에는 독감과 유사한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가 점차 전신 증상으로 발전한다. 쇠약, 구토, 복통, 설사, 흉통, 기침, 충혈, 두통, 혼미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병의 최고조에 이르르면 각종 출혈 증상이 동반된다.
에볼라바이러스병에 특이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최대한 일찍 진단하여 체액과 전해질을 적정수준으로 맞춰주고, 혈압을 유지하며, 손실된 혈액을 대체하고, 다른 감염을 막는 등 보조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2014년 8월말에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많이 보고되었다. 에볼라바이러스 성분에 대한 항체 조합제제인 ZMapp을 감염 초기에 투여한 원숭이 실험에서 에볼라바이러스병의 진행억제와 완벽한 치료가 되었다는 보고도 있고, 원숭이아데노바이러스벡터와 변형백시니아벡터를 이용한 재조합 백신으로 일차와 추가 접종을 하여 지속적인 방어능을 확인하였다는 보고가 나와 치료와 예방백신 개발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에볼라바이러스의 면역반응 억제 기능, 유전자의 돌연변이률이 높은 특성을 포함하여 세포배양으로 생산한 세포외 바이러스를 사용한 원숭이 실험과 달리 실제 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이 다를 수 있다. 또한 2014년 시에라리온에서 발생한 환자들의 가검물에서 얻은 에볼라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 결과보고에 의하면 치료와 예방백신이 쉽게 성공하리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현재로서는 철저한 검역과 의심환자에 대한 방역 및 환자의 조기 진단에 의한 적절한 격리와 치료를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국내에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제로 바이러스를 다루며 연구하는 전문인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인력양성에는 시일이 많이 소요되므로 학계를 포함하여 정부에서도 시급하게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