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는 방, 사물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나 없는 방, 사물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 박종준 / ETRI IoT 융합연구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14.09.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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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사물 인터넷

2000년대 이후 전 세계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에 열광했다. 모든 정보통신 기술의 집약체였던 유비쿼터스 컴퓨팅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라 현실화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구글이 인수해 화제가 된 ‘NEST’사의 스마트 홈 제품이나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갤럭시 기어’, 나이키 사의 ‘퓨얼 밴드(FuelBand)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컴퓨팅(Wearable Computing) 제품이 이미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기기들의 출시와 더불어 WiFi, LTE,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 통신 기술에 대한 연구 및 서비스 역시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스마트 기기들이 가져올 새로운 서비스들을 위한 네트워크, 기반 기술(Infrastructure) 및 서비스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니, 바로 사물 인터넷이다.
사물 인터넷은 1999년 MIT AUTO-ID 연구실의 캐빈 애쉬턴(Kavin Ashton)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초기 사물 인터넷은 날로 늘어나는 네트워크 연결 기기들의 고유 식별자(ID)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차세대 네트워크를 위해 준비 중이던 IPv6 주소를 고유 식별자로 차용하여, 네트워크 식별자와 기기의 고유 식별자의 구분을 없앰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식별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물론, 지금의 사물 인터넷은 이러한 초기 개념에서 확장되어 수많은 ‘사물’들이 자율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융합 기술로 인식된다. 사실 사물 인터넷은 하나의 기술명이라기보다 현재 정보 통신 기술에서 연구되는 다양한 개념을 하나로 합친 포괄적인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사물 인터넷은 ‘사물’과 ‘인터넷’의 합성어이다. ‘인터넷’은 현재 보다 넓은 개념으로 사용되지만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사용자(Client)가 서버(Server)로부터 데이터를 읽고 쓰는 서비스 및 프로토콜을 통칭한다. 보다 기술적으로는 서로 다른 다양한 유무선 통신에 대해 네트워크 계층에서 인터넷 프로토콜(IP) 표준을 사용함으로써, 서로 다른 통신 기기들 간의 호환성을 제공하는 정보 기반 기술(Information Infrastructure)이다. 기존의 인터넷이 결국 사용자, 즉 사람이 저장된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사물 인터넷은 이러한 인터넷에 ‘사물’이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사물 인터넷에서의 ‘사물’은 데이터를 습득하거나 전자/기계적 제어를 수행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물리적 공간과 사이버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이버 물리 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 CPS)을 도모하게 된다.
인터넷에 참여한 ‘사물’은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습득하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습득된 정보를 기반으로 다른 사물을 제어하는 영역까지 연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 필요한 정보를 판단하고, 2) 정보를 가진 사물을 검색하고, 3) 정보를 요청하고 4)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사물을 제어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기술적으로 표현하면 1)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기술, 2) 인터넷 서비스 기술, 3) 네트워크 기반 기술, 4) 상황인식 컴퓨팅(Context-aware Computing) 기술이 통합적으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든 일들이 소형 제어장치(Microcontroller)와 통신장치를 장착한 내장형 컴퓨터(Embedded Computer)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사물이 인터넷에 접속하게 됨으로 인해 네트워크에는 수많은 데이터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3) 네트워크 기반 기술의 대표적인 연구 분야가 소프트웨어 정의망(Software Defined Network, SDN)이며, 발생된 데이터들로부터 유효한 정보를 추출하고 정보 기반 서비스를 확장하는 과정이 5)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이다. 이와 같이 사물 인터넷은 단일 기술이 아닌 다양한 기술의 융합 기술로 최근 연구 분야는 크게 단말, 네트워크 및 통신, 그리고 서비스 인터페이스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단말: 사물 인터넷에서의 ‘사물’은 이미 상용화 된 스마트 전등이나 TV, 냉장고뿐 아니라 신발, 옷, 책상 등 대부분의 유효한 사물에 내장형 컴퓨터와 무선 통신 장치를 탑재하여 다양하고 세밀한 정보를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사물에 부착되는 내장형 컴퓨터 및 통신 장치는 사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야 하며, 매번 사물을 충전할 수 없으므로 저전력으로도 동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웨어러블 기기부터 나노 기술을 기반으로 초소형 센서(Microelectromechanical System, MEMS)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초소형 센서를 위한 저전력 고신뢰 무선 통신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네트워크-통신: 현재 LTE, WiFi, 블루투스와 같이 상용 서비스 중인 무선 통신은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 즉, 신발, 옷, 노트, 책 등의 사물을 매일매일 충전하며 사용하기엔 불편함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지고 네트워크의 포화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부터 저전력 WPAN(Wireless Personal Area Networks) 통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저전력 무선 통신 기기에 인터넷 프로토콜을 연동하기 위해 국제 인터넷 기술 위원회(IETF)에서 표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술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손실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전력 사용량을 1% 대로 줄일 수 있는 무선 통신 기술과, 무선 애드 혹 네트워크(Ad-hoc Network)의 자율 구성 및 수명(lifetime)을 연장하기 위한 에너지 기반 라우팅 기술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며, 이들을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한 국제 인터넷 기술 위원회의 패킷 압축(6LoWPAN) 및 무선 IP 라우팅(RPL) 표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또한, 다수의 서로 다른 무선 통신 기기들은 통신 속도 및 허용량이 서로 다르므로,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이들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각 통신 장치들을 연결하는 게이트웨이(Gateway) 및 소프트웨어 정의망 기술이 필수적이다. 또한 상황인식 컴퓨팅을 수행함에 있어 연산 능력이 서로 다른 각 사물이 연산량을 적절히 배분하여 수행함으로써 네트워크의 흐름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빠른 결과를 도출하는 분산 컴퓨팅(Distributed Computing)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서비스: 사물 인터넷의 발달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사실 가공되지 않은 대량의 데이터나, 개별 수집되고 개별 관리되는 데이터는 정보로써의 가치가 떨어진다. 결국 고급 정보를 생성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인터페이스로서의 표준화된 개방형 플랫폼이 필요하다. 미들웨어로 명명되는 사물 인터넷의 플랫폼 기술은 보다 쉽고 빠르게 데이터를 분류, 저장, 관리하며 결국 빅데이터 처리를 효율적으로 도와줄 뿐만 아니라, 개인/사회/산업의 서비스 영역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준다.
사물 인터넷은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있으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단, 사물 인터넷의 확산을 위해서는 위 언급한 많은 기술들의 발전과 더불어 ‘정보 보안’에 대한 해결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며, 더불어 정보의 개방과 허용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따라야만 한다. 시스코, 구글, IBM과 같은 미국의 대기업들이 이미 사물 인터넷에 대한 선행 기술 개발 및 시범/상용 서비스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주축으로 정부-출연연구소-기업이 빠르게 대응을 준비 중이다. 사물 인터넷은 어느날 갑자기 세상에 사용되기보다는 조금씩 삶에 적용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를 감싸게 될 것이다.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나가면 어느덧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와 있는 사물 인터넷 기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