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 대중문화의 중심에 진입하다
웹툰 - 대중문화의 중심에 진입하다
  • 김봉석 / 웹진 <에이코믹스> 편집장
  • 승인 2014.09.03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웹툰이란 웹에 올라와 있는, 즉 인터넷을 통해 컴퓨터로 보는 만화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시작은 습작처럼 그린 만화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 단상이나 에피소드를 담은 만화를 올린 것이었다. 야후, 다음과 네이버 등의 포털에서 웹툰 연재를 시작했고 <마린 블루스>와 강풀의 <순정만화> 등이 인기를 끌게 되었다. 점점 스토리가 강조되었고, 스크롤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만화책의 페이지를 넘기듯이,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스크롤은 웹툰의 형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처음 포털에서는 트래픽을 올리고, 웹툰의 독자가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유인책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출판만화를 넘어서고 한국만화의 주류가 되었다.
이제는 매일 6백만 명 이상이 웹툰을 보고, 하루에 연재되는 웹툰은 100편에 달한다. 만화잡지로 친다면 주간지 2, 30권이 발행되는 것에 맞먹는다. 인기를 끄는 웹툰은 대부분 영화, 드라마 판권이 팔렸다. 영화 <이끼>, <은밀하게 위대하게>, <26년>, <이웃 사람>, <전설의 주먹>, 드라마 <패션왕>과 <미생>, 뮤지컬 <신과 함께> 등 다른 매체로 확장되는 웹툰도 많아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출퇴근길에 웹툰을 보고 있다. 만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진 에이코믹스도 창간했다. 독자 수로 봐도, 대중적 영향력으로 봐도 웹툰을 포함한 한국만화는 이제 주류문화가 되었다. 또한 웹툰의 성공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대중의 문화 소비 양식이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편의성과 효율적인 시간의 소비라는 점에서 웹툰은 스넥 컬쳐로 변화하는 디지털 콘텐츠의 미래를 보여준다.
한국 만화의 주류는 이미 웹툰이다. 포털에서 제공되는 만화는 대부분 무료지만, 유료사이트인 레진코믹스도 성공을 거두었다. 포털의 만화 서비스는 무료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유입되고, 웹툰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더 많은 작품을 즐기게 되었다. 기존의 만화 등단 시스템과는 다르게 웹툰에서 보다 다양한 작품이 연재되는 이유다. 그림 실력이 부족해도 이야기만 재미있고 독자의 공감을 산다면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독자가 작품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자유경쟁 시스템이 지배하게 되자 다양한 이야기가 웹툰을 통해 발산되었다. 해외에서는 주로 대중소설이 이야기의 수원지 역할을 하지만, 대중소설이 취약한 한국에서는 웹툰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 것이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람들도 웹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이야기의 원천이자 보고로서. 하지만 문제도 있다. 지나치게 인기 위주로만 웹툰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자 작품의 경향이 너무 한쪽으로만 흘러갔다. 대중의 호응은 약하지만 예술적으로 뛰어난 만화, 비주류적인 성향을 가진 작품들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웹툰 시장 전체가 커지면서 더 많은 포털과 전문 만화 사이트 등이 만화를 연재하게 되었고 다양한 작품이 생존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웹툰은 이제 주류문화로 진입했지만, 아직 남은 과제가 있다. 웹툰이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네이버는 일본에서 성공을 거둔 라인을 통해 웹툰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영어권을 대상으로 하는 타파스미디어에서는 다음 등에 연재된 웹툰을 번역하여 무료로 제공한다. 일단 해외 독자들이 익숙해지게 만들고, 그 다음에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또 하나는 만화에 대한 편견과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것, 즉 문화예술로서의 만화, 웹툰의 위치를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 만화를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서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사회적으로 동의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만화의 중심이 된 웹툰은 이제 문화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