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운영의 바람직한 길
대학 운영의 바람직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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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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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일 년에 두 차례 방학을 갖는다는 것은 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특권이라고 했지만 각급 학교가 특권적 기관이라서 방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이라는 국가사회적 행위가 갖는 의미가 중차대하며 그것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해서 방학이 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교육의 효과를 보다 진정한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 학교에서의 틀에 갇힌 학업과 교육을 휴식 없이 지속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방학이라는 제도에 깔려 있다고 판단된다. 달리 말하자면 지식의 전수 자체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제대로 된 인간의 육성이 교육의 목적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학교를 떠나 세상을 경험하라고 방학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
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맞이하는 시점에 든 이러한 생각은, 학기 중의 대학 운영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이 갖는 특성을 고려하는 자리에서 ‘대학 운영’이라 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운영’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사실을 먼저 주목할 수 있다. 이렇게 초점을 잡으면, 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이 갖는 특성에 대한 고려가 이런 저런 사회 기관들을 운영해 가는 데 있어 요구되는 일반적인 경영의 원리 등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신자유주의에 완전히 함몰된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경영’이라는 것이 사실상 이윤의 극대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학적인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않는 까닭에 ‘운영’보다 ‘대학’을 강조하는 것이 일견 안이한 자세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강조점을 달리할 경우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돌보지 않는 것이야말로 훨씬 더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실상 경제적 맥락에 갇힌 ‘운영’을 대학이 강조할 때 생기는 위험의 첫째는 교육의 질 자체가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저하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은 돈이 드는 일이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말하자면, 피교육자가 교육기관을 떠난 뒤에 제 몫의 사회 일을 함으로써 개인의 경제적 안정과 국가 사회의 부의 증대에 기여하는 것일 뿐, 교육과정은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며 학교는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가 사회 차원에서 미래의 부를 증진시키기 위해 현재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보편적인 상황이며, 바로 이러한 까닭에 정부와 기업 및 각종 사회단체에서 대학들에 경제적인 지원을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어야지, 일반 기업들에서 하는 것처럼 경영학적 기법을 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대학 사회를 유행처럼 휩쓸고 있는 ‘선택과 집중’이란 것이 기업체들이 하는 구조조정이니 노동유연성의 제고니 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맹목이 될 위험은 없는지 항상 살필 필요가 있다. 대학의 교육이 ‘준비된 신입사원’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 사회인을 육성하는 의미심장한 국가 사회적 과제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긴 안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 효과가 날 만한 분야만 키우고 당장 줄여도 문제가 안 보일 부분은 줄이는 방식은, 국가 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학이 할 일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교육이 일체의 실용적인 목적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경제적 논리가 지배적인 환경 속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이 국가 사회의 미래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경영 논리에 갇혀 있을 때 초래되는 또 다른 위험은 연구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외부 연구비가 잘 들어오는 연구, 연구 성과가 곧장 나오는 연구, 실용화가 용이하여 경제적 이윤을 가져다줄 연구만 환영받게 되면서, 전체 연구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며 연구의 전반적인 질적 수준도 낮아지기 십상이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연구 또한 기본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지 경제적 생산 분야는 아니다. 이 기본적인 사실이 경시되거나 망각되면 연구 측면에서 대학은 더 이상 대학이 아니라 기업 연구소와 다를 바가 없게 되며, 대학원생은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이 아니라 연구의 진행을 도와야 할 보조 인력에 불과하게 된다.
대학의 사명으로 꼽히는 교육과 연구가 이러할 때 또 하나의 사명인 사회봉사는 더 말할 것도 없게 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봉사야말로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쓰는 행위임은 아무런 설명도 필요치 않다. 요컨대 대학의 기본적인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 운영에 있어서 대학이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항상 의식할 필요가 있다. 새 학기를 맞이하여, 우리대학만큼은 이러한 문제제기가 필요 없는 일류 대학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