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되지 않은 학생 활동, 고른 기회를 제공하는지 재고 필요
공지되지 않은 학생 활동, 고른 기회를 제공하는지 재고 필요
  • 신용원 기자
  • 승인 2014.06.0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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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비공개 선발과 기회 분배
우리대학은 교내회보, POVIS 자유게시판 등을 이용해 교내에서 학부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공지한다. 그런데 일부 활동은 공지를 하지 않고 단체에서 자체적인 선발 기준으로 적합한 학생을 뽑기도 해, 이런 활동에 관심이 있으나 선택되지 못한 학생들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 안타까워하곤 한다. 공개적으로 선발하지 않는 활동은 어떤 것이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대학은 전국 우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수학 및 과학 심화과정 학습을 통해 잠재력을 발굴하는 ‘잠재력개발과정’을 진행한다. 입학사정관실에서는 이 기간에 고등학생과 함께 생활하는 생활조교를 맡을 학생을 공지 없이 직접 선발한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은 “정말 생활조교가 하고 싶은데 인맥으로 되는 것 같아 아쉽다.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기회가 주어지는 선발 과정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며 생활조교를 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입학사정관실에서는 “각 학과를 통해 생활조교에 적합한 학생들을 파악하고 있으며, 대학홍보 봉사단체 알리미 학생들도 다양한 학과와 동아리 등에서 정보를 얻는 제공받는 만큼, 별도의 공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에게는 생활조교가 우리대학을 대표하는 학생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학생들과 지속적이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입학사정관실과도 긴밀히 협력해야하기 때문에 직접 뽑는 것을 선호한다”라며 자체적인 선발에 관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공개적으로 선발하는 경우, 모집 기준만으로는 지원자의 인성적 요소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고교과정 중 부족한 학업을 보충하는 ‘Remedial Course’의 생활조교는 2013년도부터 학부총학생회 학생교육위원회에서 직접 선발한다. 학생교육위원회 Remedial Course 분과위원장은 “재작년까지 학사관리팀에서 학습 조교를 공개적으로 선발하고 관리했으나 도중에 생활조교가 책임감 없이 집에 가거나 제대로 학생들을 관리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해 지난해부터 선발을 위임받아 자체적으로 선발 및 관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선발 과정이 모호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는 소식지 <POSTECHIAN> 표지 모델이 있다. 작년 가을호 표지는 여학생, 겨울호 표지는 남학생 모델이었으며 이들은 알리미 학생들과 입학사정관실 직원이 회의를 거쳐 선발했다. 표지 모델로서 활동했던 한 학생은 “개인적인 루트로 연락이 왔으며, 선발 기준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해 모델들에게도 선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전해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생은 “가을호의 표지 모델을 보니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라는 등의 의견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당시 소식지 모델 선발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주위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학생 위주로 뽑으려 노력했다. 또한, 공개적으로 선발하지는 않았지만 입학사정관 및 여러 학생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형평성 측면에서 기회가 편중되거나 인맥으로 선발되는 등 부당함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포스텍-카이스트 학생대제전, 입학식, 졸업식 사회자 선발은 행사 주최 측이나 관련 단체가 일의 수월성을 우선시하거나 공지를 통해 적당한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적합한 학생을 직접 선발해왔다. 이 학생은 졸업을 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활동을 하지 못할 때까지 자리를 맡게 된다. 또한 시간 근로와 같이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성격의 활동은 즉각적인 수요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발 절차 없이 신속하게 학생들을 선발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학내 학생 단체에서 자체적으로 인원을 선발하는 경우도 있다. 포스텍-카이스트 학생대제전이나 새내기새로배움터준비위원회 위원장은 모집 절차를 거쳐 공개적으로 선발하지만, 위원장을 도와 행사를 준비하는 팀장은 위원장이 직접 뽑고 있다.
모든 학생 활동은 공개적으로 선발해야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한 대학 관계자는, “선발 인원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확신이 필요하다면 공개적으로 선발하는 것은 담당자에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적합한 학생을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데도 공개적으로 선발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담당자의 권한을 축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지 없이 선발하는 활동은 큰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학생의 노력이 많이 필요한 봉사적인 성격이 강하다”라며, “물론 이러한 활동의 경우에도 학생들에게 기회가 고르게 주어지고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해 선발한다”라며 비공개 선발에 대한 오해가 불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