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갤러리에서 엿본 근대 과학, 테이트 갤러리에서 만난 고전 문학
내셔널 갤러리에서 엿본 근대 과학, 테이트 갤러리에서 만난 고전 문학
  • 박희숙 / 서양화가
  • 승인 2014.06.04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영국의 런던을 여행할 때면 대영박물관은 꼭 들려 고대 문화유적을 감상하지만, 런던은 대영박물관 외에 많은 미술관이 있다. 대표적인 미술관이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다.
먼저 내셔널 갤러리에서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조셉 라이트 더비(1734~1797)의 <공기 펌프 속의 새 실험>이다. 이 작품은 산업혁명 시절, 산소가 없으면 생물이 죽는다는 개념이 매우 생소한 대중들에게 과학자들이 산소 실험을 한 장면을 담았다.
과학자가 왼손을 플라스크 위 밸브에 놓은 것은 이 실험이 성공할 것인가 아닌가를 관람객의 상상에 맡겼다. 화면 중앙에 아버지가 두 딸에게 플라스크를 가리키며 실험을 설명하고 있는데 소녀의 앞에 마그데부르크 반구가 놓여 있다. 이 반구는 앵무새 실험과 비슷한 목적을 가진 도구다. 화면 오른쪽 중년의 남자는 실험 탁자 중앙에 해골이 들어 있는 유리 비커를 바라보고 있다. 해골은 서양화에서 언제 어디서든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라이트의 이 작품에서 중년의 남자는 인생무상을 상징하고 그와 대칭을 이루고 있는 젊은 연인들은 미래에 대한 사랑을 상징한다. 중년의 남자 뒤로 소년이 새장을 끌어내리고 있는데 새장은 실험의 실패를 암시한다.
내셔널 갤러리는 영국 미술뿐만 아니라 1250년부터 1900년대에 이르기까지 영국 국가가 수집한 이탈리아 르네상스, 독일, 네덜란드 등 서유럽 미술 걸작 2,300여 점을 신관에 소장하고 있으며 특별 기획전을 비롯해 대중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유럽의 미술을 감상했다면, 영국 문학의 진수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런던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를 가보아야 한다.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는 설탕 제조업으로 부를 축적한 헨리 테이트가 소장하고 있는 19세기 회화와 조각 작품을 국가에 기증한 것을 계기로 설립되었다. 영국 정부는 1897년 밀뱅크 교도소 자리에 헨리 테이트가 기증한 67점의 소장품과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예술품들과 함께 테이트 갤러리로 개관했다.
테이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현대 미술품들이 2000년에 템스 강변에 있는 뱅크 발전소를 개조하면서 설립한 미술관이 테이트 모던이다. 테이트 브리튼은 영국 미술과 영국 특유의 문화를 살펴보기 위한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히고 있으며 테이트 모던은 20세기 현대 미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테이트 브리튼의 가장 큰 특징은 19세기 영국의 미술계를 휩쓸었던 라파엘로 전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파엘로 전파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영국 예술가들의 모임으로 그들은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를 모방하고 있는 영국 전통 아카데미에 대해 반동으로 르네상스 이전의 작품을 본보기로 그리자며 모임을 결성했다. 그들이 자신들의 작품에 프리 라파엘이라는 서명을 남겼기 때문에 라파엘로 전파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라파엘로 전파의 작품 중 문학적 소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 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의 <오필리아>다. 오필리아의 죽음을 둘러싸고 문학적으로 자살이냐 아니냐에 논란이 많지만, 이 작품에서는 자살로 그려졌다.
오필리아의 머리 위로는 버들가지가 있고 그녀의 오른손에는 꽃을 쥐고 있다. 오른손에 들려 있는 데이지 꽃은 순결을, 버드나무와 쇄기풀는 이루지 못할 사랑과 고통을 암시하고 있다. 밀레이는 욕조 속에 모델을 그렸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풍경은 영국의 에월에 있는 흑스밀 강이다.
테이트 브리튼은 영국 라파엘로 전파 화가들의 작품만 전시하지는 않는다. 왼쪽에 영국 근대 미술을, 오른쪽 영국의 현대 미술품도 전시하고 있다. 테이트 브리튼을 운영하고 있는 테이트 재단이 브리튼, 모던, 리버플, 세인트 아이브스 등 4개의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미술품들을 순회 전시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