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물과 연못물
샘물과 연못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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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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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아나는 샘물은 흘러가며 탁해지고, 연못에 고인 흐린 물은 넘쳐나며 맑아진다.”
어느 불교종파의 선사로부터 들은 법언이다. 이 법언으로부터 사람의 일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맑은 샘물과 같다. 맑은 물은 모든 색을 받아들일 수 있다. 아기는 태어나자 마자 운다. 험한 세상이 앞에 놓여 있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어린 시절 아이들은 참 맑고, 귀엽고, 착하다. 이후, 성장과 경쟁 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거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점점 이기적이고 편협하며 독선적인 성질들도 가지게 된다. 이로 인해 성현들조차 인간이 태어날 때 선하게 태어나는지(성선설) 악하게 태어나는지(성악설) 잘 몰랐다. 인생의 종착역에 도달하여 모든 욕심을 버린 노인들은 다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아마,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중년의 사람들을 보고 판단한다면 성악설이 더 맞을지 모르겠고, 인생의 말년에 도달하여 욕심을 버린 노인들을 보고 판단한다면 성선설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교육은 맑게 태어난 아이들이 흘러가며 탁해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하게 하고, 인생의 중간지점쯤에서 연못에 잘 도달하게 만들며, 말년에 물이 넘쳐 영혼이 맑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또한, 교육은 성공적으로 사는 방법을 익혀가는 과정인 것 같다. 가족 사이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아이는 미운 일곱 살에 유치원에 간다. 유치원에서는 익숙한 가족생활로부터 탈피하여 공동생활을 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초등학교에서는 공동생활에 익숙하게 하고, 향후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본 기법들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 기간이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경쟁사회를 맛보기 시작하는 중/고등학교에 간다. 중/고등학교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장래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또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유리한 장소인 좋은 직장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게 되고, 순수한 마음들이 탁해지기 시작한다.
중/고등학교에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성공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서의 경쟁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의 경쟁과 달리 장차 비슷한 일들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경쟁이다. 또한, 비슷한 수준의 경쟁기법들을 연마한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기 때문에 대학에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아마, 대학을 졸업하였다는 의미는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초 지식을 연마하는 데 성공하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시기는 앞으로 자기가 살아가야 할 사회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시기로, 사회 구조와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사회에는 많은 비합리적인 일들과 부조리 및 권모술수가 정치라는 이름과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대로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큰 물결은 방향을 갑자기 꺾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본인들도 생존을 위해 탁한 일들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사회에 대한 본인의 정의감과 사명감 또한 형성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타협이 필요하다. 사회는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만큼의 요구들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큰 바위 앞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실망도 하고 체념도 하지만, 자신의 영혼을 혼탁하게 하여 견디기도 한다. 마치 오염된 물에 물고기가 살 수 없듯이 영혼이 너무 혼탁해지면 사람들이 떠나게 되고 본인의 사회생활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자기 반성을 통하여 본인이 만들어 놓은 둑을 낮추고 혼탁한 물이 넘쳐나게 하여 정신을 정화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반복한 사람들은 인생의 연륜으로부터 얻은 지혜가 생기고 인격이 높아지며 욕심을 버린 상태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노년에 도달한다.
노년의 생활은 이제까지 얻었던 모든 것들을 버리는 과정이다. 노년의 생활은 어떤 의미에서 성장 과정의 역행으로 볼 수 있다.  육체는 점점 약해져 가고 경제적인 능력 또한 약해져 가지만, 자식들은 능력자 부모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다. 과거에 집착하여 욕심을 부리거나 버리지 못하는 노인들은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노년 생활을 할 수밖에 없으나, 욕심을 버린 상태에서 지혜롭게 생활하는 노인들은 사회에 매우 아름다운 향기를 풍긴다. 마치 연못이 물고기와 수초가 아름답게 자랄 수 있게 하듯이. 우리의 교육 과정도 물이 흘러가는 이치를 닮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