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만드는 탄소, 탄소 양자점
빛을 만드는 탄소, 탄소 양자점
  • 권우성 / 화공 박사13
  • 승인 2014.04.3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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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점(quantum dot)이란
양자점은 10 nm 내외의 금속 또는 반도체 결정을 일컫는 말로 보통 수백에서 수천 개 가량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1980년대 초 컬럼비아대 루이스 브루스(Louis Brus) 교수팀이 콜로이드 상태의 양자점을 발견하고 1993년 MIT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 교수팀이 효율적인 습식 합성법을 개발한 이래로 카드뮴(Cd), 인듐(In), 납(Pb)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양자점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양자점은 단일 원자와 벌크 재료 사이의 중간적 물성을 보이며 특히 작은 공간에 구속된 전자의 양자 제한 효과(quantum confinement effect)에 의해 밴드갭(band-gap)이 크기에 반비례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면 화학적 조성의 변화 없이 에너지 구조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태양전지, 발광소자, 광촉매, 트랜지스터, 센서, 바이오이미징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양자점이 유독한 중금속 재료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공기 중의 산소와 수분에 취약하여 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따라서 안전하고 안정한 양자점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탄소로 이루어진 양자점, 탄소 양자점(carbon quantum dot)
탄소 양자점은 수 nm 크기의 탄소 입자로 2004년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월터 스크리벤스(Walter Scrivens) 교수팀이 검댕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였으며 최근 효율적인 합성법 개발을 목표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탄소 양자점은 비정질(amorphous) 탄소형 나노구조로, 다이아몬드형 나노구조인 나노 다이아몬드와 흑연(graphite)형 나노구조인 그래핀, 나노튜브, 풀러렌과 구별되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물질이다. 21세기 들어 다양한 탄소 나노구조들, 특히 그래핀, 나노튜브, 풀러렌의 형태와 물성에 대한 규명이 상당 부분 이루어진 반면 탄소 양자점이 나타내는 다양한 물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탄소 양자점은 값싸고 안전한 재료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생체적합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기존 양자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후보로 각광받고 있다.

탄소 양자점의 합성
탄소 양자점 합성법은 크게 탑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나뉜다. 탑 다운 방식은 흑연 등의 탄소 덩어리를 물리, 화학적으로 잘게 부수어 나온 조각들 중 탄소 양자점을 분류해 사용하며 대표적으로 △아크 방전(arc discharge) △레이저 박리(laser ablation) △전기화학 산화(electrochemical oxidation) 등의 방법이 있다. 바텀업 방식은 포도당, 유기산 등의 탄수화물에 열을 가해 탄화 반응을 일으켜 탄소 양자점을 형성하며 대표적으로 △습식 산화(wet oxidation)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 △고열 주입(hot-injection) △수열(hydrothermal) 등의 방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온, 강산, 특수 장비 등이 필요한 탑다운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반응 수득률이 높은 바텀업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으며 특히 마이크로웨이브법과 열수법 관련 연구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합성법에서 탄소 양자점의 크기 조절이 불가능하고 별도의 크기 분류과정을 필요로 하며 사용할 수 있는 용매가 제한적이다.
최근 본교 화학공학과 이시우 교수 연구실에서 에멀젼(emulsion)을 이용한 새로운 합성법을 개발하여 상기 단점을 극복한 바 있다. 에멀젼법은 탄수화물이 녹아있는 물을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소수성 유기 용매에 분산시킨 후 이를 가열하여 탄소 양자점을 합성하는 방법이다. 계면활성제에 의해 분산된 물은 나노미터 크기의 액적 형태를 가지며, 이 때 액적의 크기를 조절해 다양한 크기의 탄소 양자점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유기 용매를 이용하기 때문에 태양전지, 발광소자, 트랜지스터 등 다양한 전자소자에 손쉽게 응용이 가능하다.

탄소 양자점의 성질
탄소 양자점은 가시광선 영역의 광학적 밴드갭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에 특정한 조건이 갖춰질 경우 발광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외선을 받아 파란색에서 초록색 사이의 빛을 방출하며 이러한 발광 현상에는 내부의 탄소이중결합에 의한 π-π* 오비탈과 표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화학기능기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원리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양자점의 경우 크기와 밴드갭이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과는 달리 탄소 양자점의 경우 특정한 관계가 없거나 오히려 비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밴드갭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밴드갭 조절이 용이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탄소 양자점이 빨간색 등 장파장 영역의 빛을 방출하지 못하며 이러한 단점은 탄소 양자점 관련 응용 연구에 있어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탄소 양자점의 미래
1996년 풀러렌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 이어 2010년 그래핀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음으로써 탄소 나노구조에 대한 과학계의 관심을 다시 한 번 입증하였다. 탄소 양자점은 기존의 다이아몬드형 또는 흑연형 나노구조와는 다른 비정질탄소형 나노구조로 그 성질이 기존의 탄소 나노구조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탄소 양자점의 구조와 물성을 규명하는 연구는 풀러렌과 그래핀에 버금가는 과학기술적 의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탄소 양자점은 값싸고 안전한 원료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생체적합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다양한 산업, 특히 에너지, 환경, 바이오 분야에서 그 효용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최근 탄소 양자점 관련응용 연구가 널리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탄소 양자점의 광발광(photoluminescence) 또는 전기발광(electroluminescence) 현상을 이용한 바이오 이미징과 발광 소자 관련 연구가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