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의 스승 나디아 불랑제의 가르침 “너의 길을 가라”
현대음악의 스승 나디아 불랑제의 가르침 “너의 길을 가라”
  • 양은영 / 인문 대우조교수
  • 승인 2014.04.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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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공학자가 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자동차 하나만 봐도 그렇다. 이제 소비자들은 포드의 T처럼 잘 굴러가는 교통수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편의를 위한 온갖 첨단 전자장치는 기본이고 감성까지 충족시켜주는 예술작품인 자동차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곡가로 성공하는 것도 엔지니어가 되는 것 못지 않게 어려워졌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포스트모더니즘시대의 작곡가는 고대부터 20세기까지 서유럽의 클래식 음악을 두루 섭렵하고, 재즈, 팝뮤직, 월드 뮤직, 심지어 시각예술과 프로그래밍까지 공부 한 후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여제 나디아 불랑제 (1887-1979)는 그의 제자들을 빼고 현대 음악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국제적 음악가를 배출했다. 뮤지컬 Westside Story의 작곡자이자 뉴욕필 상임 지휘자를 지낸 Leonard Bernstein, 누에보 탱고의 개척자 Astor Piazzolla,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Jehudi Menuhin과 피아니스트 Dinu Lipatti, 피아니스트이자 세계적 지휘자 Daniel Barenboim,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미니멀리즘 작곡가 Philip Glass, 미국음악의 뿌리를 찾은 Aaron Copland, 고음악의 대가 John Eliot Gardner,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 Quincy Johns, 무려 600여명의 제자들이 현대 음악을 주도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빼어난 제자를 길러낸 나디아 불랑제의 교수법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도 그는 제자들 각자의 특별한 재능을 발굴하여 진정한 그들의 음악을 찾도록 했다. 그렇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제자로 받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변진섭의 희망사항에 삽입된 음악인 ‘랩소디 인 블루’로 친숙한 거슈인이 미국에서 독학으로 흥행에 성공한 후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자 불랑제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불랑제는 지금 공부를 하면 거쉰 음악의 특별함이 사라질까 두려워 그냥 돌려보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댄스홀에서 탱고 연주자로 활약했던 피아졸라도 정통 클래식 작곡가가 되기 위해 불랑제를 찾아왔다. 교향곡 작곡가가 되길 꿈꿨던 그는 늘 자신이 탱고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막상 불랑제에게 자신의 클래식 작품을 보여주자 “곡은 잘 썼다만 이 곡에서 진정한 너를 찾을 수가 없다.” 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피아졸라가 탱고 몇 소절을 연주하자, 불랑제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정한 피아졸라를 절대로 버리지 마시게” 라고 진심으로 조언했다고 한다. 결국 피아졸라는 스승의 조언에 힘을 얻어 기나긴 방황에서 벗어나 아르헨티나 술집에서 연주되던 탱고를 세계적인 음악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불랑제에게는 특별히 미국인 제자들이 많았는데, 1920년 코플런드가 블랑제의 첫 미국인 제자가 될 때만해도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에서는 자국 음악의 정체성이 희미했었다. 이런 시기에 유학 온 코플런드에게 스승은 ‘진지하고 두려움이 없을 것’과 ‘자기 자신을 찾을 것’을 늘 강조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코플런드는 어릴 적부터 듣던 재즈와 ‘old black Joe’를 자신의 음악적 재료로 받아들이고 유럽 음악에 대한 문화적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미국음악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불랑제는 ‘체계’라는 것을 매우 경계했지만 교육에는 빈틈이 없었다고 한다. 얼마나 지독했는지 제자 Philip Glass는 그를 “괴물”이라고까지 부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불랑제는 학생들에게 독보법과 화성법 등의 기초를 철저하게 지도했는데, 수업 중에 절대로 ‘틀렸다’라는 말을 하지 않고 학생이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참고 기다려주었다고 한다.
나디아 불랑제는 “To study music, we must learn the rules. To create music, we must forget the rules.” 라고 가르치며,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음악 분야의 창의적인 예술가를 길러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자신의 열정 전부를 교육에 쏟아 부었던 Mademoiselle Boulanger는 세상을 떠났지만 제자들의 음악은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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