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혁과 대입 정원 조정
규제 개혁과 대입 정원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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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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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이 규제를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암덩어리라 정의하고, 규제 완화를 위한 긴 토론을 주제한 후, 우리나라는 규제 풀기 광풍에 휩싸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언론 매체들이 풀어야 할 규제 찾기에 동참하고 있으며, 거의 매일 흥미 있는 규제의 예가 제시되면서 마치 말도 안 되는 걸림돌들이 행정 담당자들의 불성실한 직무 수행과 이익 집단의 이권과 결부되어 방치되고 보호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란 사회 발전을 저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사회를 균형 있게 움직이도록 약속된 법령의 일부이다. 모든 규제는 탄생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규제가 불러올 이익과 폐해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세월이 지나 사회 환경이 바뀌어 그 규제가 담고 있는 가치보다 폐해가 더 커지면 당연히 규제 개혁을 해야 하지만, 규제가 만들어진 이유조차 찬찬히 검토해 보지 않고 규제 혁파에만 급급하다 보면, 자칫 다른 부작용을 더 크게 불러올 우려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규제가 만들어진 시대적인, 사회적인 배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규제를 없애는 것보다는 그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나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대학 운영에 있어 규제의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대학 정원이다. 대학 정원에 대한 규제는 한 해 입시에서 정원을 초과하면 차년도 입시에서 정원초과 입학자 수의 5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정원 감축을 강제할 정도로 몹시 엄격하게 시행되는 규제이다. 최근 교육부가 앞으로 10년 이내에 전국 대입 정원을 1/4 이상 줄이는 강력한 대학 구조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구조 조정 시책의 일환으로 대학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을 입학 정원 감축과 연계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으며, 포스텍도 이 규제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대학구조 조정안을 발표할 때 최우수 대학은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예외 없이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대입 예정 인원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태에서 대입 정원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일부 사학들이 학생 수 확보에 탐욕스러웠고 그 부작용으로 예상되는 대학 교육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정원 규제의 시대적인 배경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러나 전 국가가 규제 혁파를 부르짖고 있는 현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국내 최고의 환경에서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수험생으로부터 박탈하는 쪽으로 규제를 강화한다면 이는 매우 아이러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일부 대학에 예외를 적용하는 정책에 익숙하지 않은 교육부의 어려운 입장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며, 입학 정원 감축이 대학 재정 부실과 직결되어 있는 대학에 대해 너희만 줄이라고 하는 것도 입장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당당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양면성을 갖지 않는 규제가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입 정원 감축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일 것이다. 양질의 대학 교육 환경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면, 모름지기 우수한 대학의 진로와 부실한 대학의 퇴로를 함께 열어주어야지, 일률적인 정원 감축을 통한 퇴행적 평준화를 유도한다면 정원 감축이라는 당면 목표 달성에 급급해 정원 규제의 본분을 망각한 졸속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 초기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신주를 뽑게 한 일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적이 있으며, 모든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에 나서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규제 개혁이 일과성의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일방적인 하향식 추진에서 탈피해야 하며, 행정 담당자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이익 집단들의 목소리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리고 규제의 궁극적인 목표를 잊지 말고, 그 시대에 걸맞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과 입학 정원 감축을 연계하는 정책도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슬기롭게 시행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