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쁨 (푸단대학교 국제관계 공공사무학원 국제관계전공 석사과정) 씨 인터뷰
한기쁨 (푸단대학교 국제관계 공공사무학원 국제관계전공 석사과정) 씨 인터뷰
  • 유온유 / 산경 11
  • 승인 2014.03.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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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학부에서 중어중문학을 복수전공 했는데 국제경영이랑 같이 해 보니 국가 간의 관계가 경제 이전에 정치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다. 외교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서 가고 싶어하는 기구에 가려면 석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가 알맞을지 생각해보니 언어를 배우기도 한 중국을 선택하게 되었다.

학생신분으로 정치활동을 한 후 정계에 입문하는 코스를 많이 밟는 편인가.
국제정치학과 학생들은 청년공산당원에 대부분 속해있다. 중국은 정치학파가 3개로 나뉘는데 태자당, 후진타오 라인의 공청당, 장쩌민 주석처럼 상해를 거점으로 한 상하이당이 있다. 공산청년당에 속해서 활동하는 친구들은 있지만, 정치적인 야욕 때문이라기보다는 국가기구에 진출하기 위한 플러스 요인을 얻기 위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고위공무원의 길을 걷고 싶을 때는 중국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지역인 서부에서 경험을 쌓고 업적을 남기기 위해 자원봉사 차원에서 인텔리로 활약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보수진영 측에서 정책을 잘못 시행하면 대학가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데 중국은 그러한 활동이 제지 되는 경우가 많은 편인가.
당연하다.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워 보이고 우리와 같은 정치제도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지만, 군중행동 등과 관련해서는 우리와 달리 많이 억압되어 있다. 대자보를 붙이거나 데모 등으로 정부를 직접 비판하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공식적인 장소에서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은 1대 다수로 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학문적으로도 자유주의 대신 공산주의 사상을 교육받는가.
한국에서보다 오히려 서적의 입수 등에 있어 자유로운 편이다. 외국인은 필수사항이 아니지만, 중국인들은 모두 마르크스를 비롯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정치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원까지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상이 주입된다.

교육과정이나 교육자 입장에서는 제약이 없지 않은가.
교실에서 수업하려면 개방적인 사고를 하고 자유로운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치학 분야에서는 똑같은 이론이라 하더라도 이를 접목해서 이해하는 부분에서 중국화 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을 포용하고 이 체제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친구가 한국에서 독도가 자기 영토라 주장하는 게 난감한 건 당연하지만, 학문을 하시는 교수님은 중화사상이 특히 강한 것 같다. 그래서 발언 대부분이 학자의 직접적인 허심탄회한 입장보다는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해 듣는 경우가 많다. 학과 세미나에 가 보면 각국의 학자들이 모인 자리인데도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자기 언어로 조금씩만 바꿀 뿐 많이 절제되어 있다. 하지만 상하이가 국제도시인만큼 외국인 교수도 많은 편이고 베이징보다는 매우 자유로운 편이다.

중국에서는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동아시아 세력권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중국에 와서 많이 놀란 부분인데 중국의 “하오펑요(베스트프렌드)”가 누가 있느냐고 물어보면 북한을 많이 꼽을 것 같지만 아니다. 과거에 피의 동맹을 맺은 관계인 것은 사실이지만 필요할 때만 찾기 때문에 하오펑요라고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파키스탄을 많이 꼽는데 무기 거래량이 많고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북한보다 파키스탄에 매우 우호적이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형제의 우애를 나누기보단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하고 버릴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할 뿐이다.
MBC 다큐 스페셜[한ㆍ중ㆍ일 혐을 넘어서] 중 북경 중심거리에서 실시한 앙케이트 결과 한국은 ‘좋아요’가 많았고 대다수 중국인이 일본을 향한 극심한 혐오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을 향해서는 일본의 영토분쟁과 위안부 등과 같은 공감대 형성이 있고 한류열풍으로 우호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국제정치 측면에서 의외로 중국은 한국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 편이다.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대국이기 때문에 한국은 실질적으로 자주국방을 지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의 중국인이 한국에 가지는 우호적인 감정과는 별개로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역학관계를 잘 파악하고 신중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여기에 국민들의 유대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

동아시아 내 역사분쟁 등에 대해서 학생들의 입장 차이는 어떻게 빚어지고 해결되는가.
두 개의 방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인이긴 하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 전엔 반감을 가지진 않는다. 수업시간에 댜오위다오 분쟁 등에 대한 문제가 나오면 맹렬히 공격하긴 하지만 일본인 특성상 모르겠다고 하기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한국 관련해서도 이어도 문제가 나오면 국제법상으로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의견을 주고받을 뿐이다. 중국인 교수님은 일본과는 직선기선 원칙을 사용해서 독도를 한국영토라 주장하고 중간선을 사용해서 이어도를 한국영토라 주장하는데 이중잣대를 사용하고 있지 않느냐고 공격하신다. 하지만 그건 해저지형과 관련해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갈등이 빚어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나름의 반론을 제시한다. 정책결정과 상관없이 평화로운 토론이 이뤄지도록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