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포스텍이 너무나도 좋아져버렸다
나는 이제 포스텍이 너무나도 좋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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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0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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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에 가기 위해 신경주역에서 KTX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학과 교수님을 뵙게 되었다. 지난학기에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 인사하니 교수님께서 다정하게 맞아주셨다. 열차가 오기까지 잠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각자의 칸으로 향했다. 객실에 앉고 난 뒤 나도 모르게 엷은 웃음이 나왔다. 입학할 당시 교수님이 너무 어려워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신입생 때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진아에 속했다. 학교입학 당시 처음에 적응을 잘 하지 못했다. 공부보다는 대학생으로서의 자유를 누리고 싶었으나 술과 오락에 빠져 내게 주어진 자유를 잘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학업량에 매주 허덕였고 따라잡을 수 없을 것만 같이 뛰어난 학우들을 보며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또 수도권이 아닌 포항이라는 지리적 한계성 때문에 많이 답답해했었다. 그렇게 일 년을 버티다 인간관계문제, 학업문제가 겹쳐 결국 휴학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은 바로 친구들이었다. 솔직히 말해 대학생이 되면서 고등학생때의 친구와 같이 서로 모든 것을 터놓고 대할 수 있는 친구를 많이 사귀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대학교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인간관계가 대부분 형성되고 많은 학과 인원수 때문에 끼리끼리 다닌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텍은 달랐다. 학과 외에도 분반이라는 제도가 있어 20여명의 학생들이 하나의 반처럼 같이 수업도 듣고 기숙사 앞, 옆방에 살며 1년 내내 같이 먹고 자고하며 굉장히 친해질 수 있었다. 나중에 가서는 서로 집안사정을 알고 가족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마음을 나누는 친구도 생겼다. 그래서 휴학할 때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많이 들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지도 못한 친구들의 위로와 격려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 친구들이 고맙고 소중하다. 한 남자친구가 악필로 써준 편지는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또 하나의 큰 버팀목은 지도교수님이셨는데 휴학할 당시 진심어린 상담을 해주시고 휴학기간 중에도 짬짬이 연락해주시며 나를 응원해 주셨다. 친구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를 믿어주시고 이끌어 주셨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학교를 다니는 것에 회의감이 들어 휴학을 하며 내가 해왔던 것을 내려놓는 그 순간,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로운 것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친구들과 교수님들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 함께 할 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휴학을 마치고 복학을 하며 다시 돌아온 학교는 많이 새로웠다. 이전까지는 몰랐었는데 학교의 모습이 굉장히 아기자기하면서 예뻤고, 그 당시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의미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매일 올라야하는 칠팔계단은 칠전팔기의 오뚝이 정신을 담고 있었고, 계단을 다 오르면 나타나는 푸르른 잔디밭인 폭풍의 언덕에는 학생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선물해주려는 설립자의 사려깊은 마음이 담겨있었다. 또 칠팔계단 위로는 무채색의 대칭적 건물들이 각맞춰 늘어서 있는데 이는 이성적 학업공간을 나타내고, 칠팔계단 아래에는 붉은색 계열의 곡선형태 건물들이 위치하는데 이는 감성적인 주거공간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칠팔계단 위에서 기숙사들을 바라보면 마치 유럽의 오밀조밀한 마을을 보는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칠팔계단 위의 건물들의 옥상을 보면 대단히 큰 시계가 3개나 있는데 이 시계들은 어디에서나 학생들을 지켜보며 시간을 아껴쓰라고 말하고 있다. 이제는 학교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학교 그 자체도 무척이나 좋아져버렸다.
 물론 개개인 마다 학교가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다. 나 역시 지금도 싫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경험은 사람을 성숙시킨다. 포스텍은 학생수가 적은만큼 학생들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경험의 기회가 압도적으로 많이 존재한다. 호불호는 호불호고 기회는 기회다. 무엇을 어떻게 느끼던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포스테키안이라면 불평불만만 하기 보다는 기회의 바다에 풍덩 들어가 드넓은 바다에 자신만의 색을 물들여 보는 게 어떨까? 
 이제 3월이다. 신입생들에게는 새로운 학교가 적응하기 만만치 않을 것이고 신학기를 시작하는 재학생들도 역시 쉽지 않은 한 학기를 보낼 것이다. 그렇다. 포스텍은 절대 만만한 학교가 아니다. 하지만 포스텍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그대들과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입학 그리고 신학기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