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하류지향
자발적 하류지향
  • 신용원 기자
  • 승인 2014.01.01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도 안 될 것이라는 자괴감 혹은 수차례 도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된 좌절은 사람을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경쟁은 상당한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발버둥 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지 경쟁에서 밀려 사회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개인을 잠식한다.
하류지향이란 이러한 경쟁적인 상황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여 결국 경쟁을 포기하고 스스로 사회의 하류로 추락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류지향의 근본적인 원인은 경쟁의 부작용이기 때문에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사회적인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류지향을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경쟁’이라는 키워드 외에 ‘능력’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다. 경쟁과 능력은 밀접한 단어지만, ‘능력’은 미시적인 개인의 관점에서 하류지향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주위 사람에게 힘든 일을 토로하고 돌아오는 답을 요약하자면, ‘힘내, 넌 할 수 있어!’ 쯤 될 것이다. 상대방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통해 힘을 주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격려의 말을 깊이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일이 그 사람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 즉, 그 사람은 그저 마음의 힘이 부족할 뿐이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소위 힐링이 필요한 상황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을 보면 필자는 문제를 개인의 마음의 유약함으로 돌리기보다는, 불편하지만 마주쳐야할 진실, 즉 개인의 능력이 일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분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위와 같이 능력보다 많은 일을 부담하게 되면, 개인은 불행해진다. 적절한 업무량은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만, 과도한 업무량은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일할 의지를 꺾고 자신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필자는 이렇듯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고 불행해지는 것을 하류지향의 미시적인 형태인 자발적 하류지향이라고 정의한다. 기존의 하류지향이 경쟁의 부작용으로 인한 뿌리 깊은 무기력함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면, 라 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에서 복종이 자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과 같이, 자발적 하류지향은 능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스스로를 불행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