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연극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는 연극
  • 최재령 기자
  • 승인 2013.12.04 2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6일 문화프로그램 공연 중 하나로 ‘뛰다’의 연극‘고통에 대한 명상’이연극이 우리대학 대강당에 올랐다. 포항공대신문은 본 공연의 크리에이티브 가이드, 무대 디자인 등을 위해 모교를 다시 찾은 배요섭(물리 94) 동문을 만나보았다.
배요섭 동문은 우리대학 졸업 이후 부산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연극분야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2001년 예술창작집단 ‘뛰다’를 창단, 연극배우이자 연출자의 인생을 펼치고 있으며 최근 연극 ‘내가 그랬다고 너는 말하지 못한다’, ‘쏭노인 퐁당뎐’과 같은 작품을 통해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주>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한예종에 진학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졸업을 하고 나서 물리학은 더 이상 나의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다.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상황에 직면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하다가 연극으로 결정했다. 대학을 다니면서 연극을 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관심이 있었고 연극이라는 예술 장르에 대한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 연극을 하는 선배를 무작정 찾아가서 극단 생활을 하다 군대를 다녀온 뒤,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한예종을 알게 되었다. 연극이라는 것을 잘 몰라도 막연한 확신이 있었고,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에서 한예종을 선택했다.

뛰다의 예술 창작 활동에는 특별한 모토가 있는 것 같다.
창단을 할 때 크게 생각한 3가지가 있다. 첫째로 연극이 물질적으로 소비적인 예술이라는 것이다. 무대세트나 의상 같은 것들을 만들면 그것들은 한번 공연하고 대부분 버려진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둘째로 연극하는 선배들을 보면 오랫동안 공연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술이라는 것은 계속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느꼈고 계속 새로운 접근들을 찾아서 변화를 가지자는 생각을 했다.
세 번째로 연극이 점점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연극은 내용이 아주 친숙한 경우나 유명한 사람이 나오는 경우가 아니면 보는 사람은 마니아층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극복하지 않으면 연극이 단순해지고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극을 극장에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 거리와 같은 곳에 가서 공간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뛰다는 일반적인 연극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 같다. 연극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과 어긋나는 점이 있는가.
연극에는 다양한 변화들이 굉장히 필요하다.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연극은 보통 이야기가 명확해서, 납득할만하고 어렵지 않은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연극의 범주는 더 넓다. 사실주의 같은 연극들은 TV나 영화 같은 곳에서도 많이 한다. 그런데 연극에서도 굳이 그런 것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연극은 시공간을 같이 체험한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다르다. 사람들을 무대에 올리거나 관객석 안에서 공연을 하는 등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굳이 공간을 분리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극에서는 이야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관객과 관계 맺기를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야기가 굉장히 단순한 것을 가지고 연극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연극에서는 여러 가지 공간, 시간, 배우의 몸 등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고 이야기는 그 소재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배우의 손짓은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데, 사람들이 이야기만 이해하려고 하면 어긋나기 시작한다.

공대생들은 예술에 관심이 없고 접할 기회도 없다는 말이 많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문계열 친구들도 비슷하다. 오히려 공대 쪽에 있는 사람이 인문계에 있는 사람보다 다른 관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도 연극에서 때로는 굉장히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다. 보통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감정으로 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과 부딪히지만 다른 것들을 내가 제시해줄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많다. 실제로 공대생들이 그런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 ‘고통에 대한 명상’은 매우 독특한 연극 같다.
이번 ‘고통에 대한 명상’은 2 m 공간 안에서 배우 2명이 얼굴과 손만을 가지고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보다 그 형식이 중요했다. 이야기는 배우에게 맡겼고 각자 이상한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다. 자기가 내뱉은 말로 인해 끊임없는 고통의 사슬 속에서 죽어가는 고래의 이야기, 고통의 소리를 먹으며 자라나, 인간의 고통 그 극한의 소리를 찾아 헤매는 넉손이 이야기가 지금 ‘고통에 대한 명상’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