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의 미래가치에 대한 소고
우리대학의 미래가치에 대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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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0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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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3년의 마지막 달이다. 2013년이 시작된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달이라니 세월은 정말 유수와 같은가 보다. 하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2013년 한해가 너무나 힘들어 참으로 느리게 지나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시간이 흘러지나가는 속도도 각자에게는 상대적일 수 있으리라. 아무리 하루하루를 바쁘게 그리고 힘들게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각자가 올 한해 세웠던 목표를 얼마나 달성하였는지 아니면 최선을 다해 한해를 보냈는지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어느 해보다도 2013년 한 해는 우리대학의 국내외적 위상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았고 대학 구성원들 간의 논의 또한 활발했던 것 같다. 국내외 여러 기관의 대학평가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순위가 하락한 경우에는 애써 그 이유를 평가기관의 기준이 변한 데서 찾기도 하고 우리대학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안을 제시하기도 해 왔다.
대학평가와 관련해 드는 의문 중 하나는, 우리대학이 과연 국내외 여러 평가기관이 사용해 왔고 나아가 해마다 변하는 평가 기준들의 많은 부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자체 역량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대학은 ‘소수정예’의 젊은 대학교이다. 역사가 짧을 뿐만 아니라 학부 및 대학원 학생 수도 적고 교수 수에 있어서도 ‘소수정예’이다. 따라서, 대학의 인지도와 같이 전체 역량을 대변하는 일부 항목들은 향후 우리대학이 만족할 만한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 우리가 현재의 시점에서 급하게 노력한다고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다.
굳이 대학평가와 관련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판단은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우리대학의 중요한 담론이자 정책은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할 때 신자본주의의 핵심전략 중 하나인 ‘선택과 집중’인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근간으로 한 학과 발전 계획의 수립과 이를 바탕으로 한 교수 충원 계획 등을 지속적으로 학교 및 학과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대학평가 순위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고 있는 국내의 많은 대학에서 평가순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시행중임은 자명하다.
‘선택과 집중’이 신자본주의의 핵심전략으로 산업계의 중요한 화두임은 다음의 예에서 보듯 자명한 것 같다. 지난 수십 년 간 전 세계 모바일폰 시장의 1등 기업이었던 노키아는 올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업 분석가들은 1등이라는 현실에 안주해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꾀하지 않은 경영 전략의 부재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이러한 경우는 급변하는 산업시장에서 많은 예들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노키아의 몰락 자체가 아닌 노키아의 본 고장인 핀란드 국가 전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돌아보면, 핀란드는 노키아라는 세계 1등 기업이 가져다주는 이익에 안주해 전폭적인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함으로써  핀란드 국가 전체의 운명을 노키아라는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올인한 측면이 강하다. 여기서 우리는 대학의 평가기준 엄밀히 말해 대학의 가치와 경쟁력은 기업의 가치와 경쟁력에 가까운지 아니면 국가의 가치와 경쟁력에 가까운지 심각하게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은 건학 때부터 ‘소수정예’를 기반으로 세계 일류 학교가 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 왔고 그 동안 국내외 대학 평가 기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따라서, 우리 대학은 이미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래 핵심전략을 남들이 하기 전인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실행해 온 대표적 성공 사례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한층 더 ‘선택과 집중’을 한다니…….
이렇게 보면 지금 우리대학에 요청되는 것은, 국내의 많은 대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선택과 집중’의 길이 아닌 대학의 본질적 가치 즉 진리 탐구와 사회적 지도자 양성에 초점을 맞추는 역발상이 아닌가 싶다. 해마다 평가결과가 달라지는 피상적 결과물이 아니라 학문의 다양성 추구를 통해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진실 되게 본연의 의무를 다함으로써 우리대학의 찬란한 미래를 장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