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딜레마
혁신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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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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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는 2007년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린 세계 1등의 모바일폰 기업이었다. 그리고 6년 뒤인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었다. 수십 년간 혁신의 선도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짧은 시간 동안에 급추락을 겪은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혁신 구루인 크리스텐슨 교수의 베스트셀러 ‘성공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에서 우리는 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수없이 나타나는가를 배울 수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수한 경영’(good management)이다.우수한 성공 기업들이 고객이 원하는 니즈에 맞는 더 나은 기술과 제품의 개발에 투자하고 가장 높은 리턴(Return)이 예상되는 혁신에 집중하는 사이에, 기존과 다른 혁신 기술과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으로부터 출발하여 성장하는 신생기업에게 선두를 빼앗기는 것이다. 이것을 소위 ‘파괴적 혁신의 원리(principles of disruptive innovation)’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에서 노키아를 추락시킨 애플과 삼성의 혁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대학은 한국 대학교육에서 파괴적 혁신을 통해서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소수의 정예만을 뽑아서, 소수의 전공들에 집중된 연구와 교육을 통하여, 소수의 과학기술 인재들을 배출하는 혁신적 모델을 구현했다. 거기에 필요한 고도의 인프라와 투자, 그리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여, 단시간에 기존 교육시장의 선도 대학들을 앞지른 성과를 낸 것이다.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성공 가도에 들어선 이후에는, 서서히 혁신적 조직에서 벗어나 ‘우수한 경영’에 몰입한 조직으로 진화해오고 있다. 그 덕분에 여전히 국내 일부 랭킹에서는 1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우리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낙관만 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가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노키아의 사례가 알려주듯이, 가장 큰 위기는 1등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시작된다. 노키아는 모든 면에서 세계 정상의 자원과 기술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최고 수준의 공급망과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잊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역량이 최고의 수준이더라도, 고객이 원하는 것에서 더 새롭고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우리대학이 서서히 잊어가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기본 인식이 아닌가 우려된다. 장학금과 생활비를 보다 잘 지원한다고 해서 더 나은 학생들을 유치하고 그들이 더 큰 열정을 가지고 이곳에서의 삶에 충실하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없다. 랩들의 더 강한 규율과 관리가 더 큰 성과와 수준 높은 연구를 만들지는 못한다. 더 많은 규칙과 규정들이 프로세스의 질을 높이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틀이 되기도 어렵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원리가 강조하는 바와 같이, 기존의 가치 체계에서 더 나은 것을 추구하는 우수한 경영 대신에, 새로운 가치 체계를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창조하는 것이 우리대학에 절실한 경영이다.더 많은 논문과 인용은 물론 중요한 성과 지표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선두주자로서의 모습’이다. 노키아가 이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이 추락의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처럼, 우리대학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순간부터 1등에서의 내리막이 가속화될 것이다. 여유시간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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