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쉬운 학습윤리, 이제는 의식 개선과 함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잊기 쉬운 학습윤리, 이제는 의식 개선과 함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해
  • 신용원 기자
  • 승인 2013.11.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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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학부생 학습윤리
2학기에 들어서 우리대학 학부생의 학습윤리 의식을 환기하기 위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과제물 제출 전 체크리스트‘가 제작되어 학생 스스로 실험 보고서 등 과제물이 학습윤리에 어긋나는 사항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명예 단체 ALPHA(이하 알파)에서는 명예 캠페인의 일환으로 학부생 학습윤리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대학은 이전까지 학습윤리에 관한 규정을 따로 만들지 않았으며 1993년 이후로는 학생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학습윤리 관련 처벌도 없다. 재학생들이 스스로 암묵적인 규칙을 잘 지켜왔으며, 우리대학도 학습윤리에 관해서는 학생들을 믿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표절, 단순 짜깁기, 대리출석, 무단조퇴, 시험 부정행위 등 학습윤리 위반 실태를 되돌아보고자 함과 동시에, 구체적으로는 일부 학생들이 선배로부터 암암리에 내려오는 △과년도 시험 기출문제 △솔루션(강의 교재 연습문제의 해답) △소스(기 수강자가 작성한 과제물)가 정보와 기회의 불균형을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학습윤리 위반 사항에 관해서는 해당 과목 담당교수가 해결해왔다고 볼 수 있으나 지속적인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저마다 기준이 다른 실정이었다.
이에 교육개발센터와 학사관리팀은 1학기부터 긴밀하게 협력하며 건전한 학습윤리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교육개발센터는 ‘POSTECHIAN의 학습윤리 실천 안내서’를 만들어 지난 15일부터 각 학과 사무실을 통해 배포했다. 이는 한동대, 서울여대, 가톨릭대에 이어 우리대학이 4번째로 만든 것이며 특히 표절 부분이 강화되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과제물 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교수의 재량에 따라 보고서나 과제물 표지로 활용하고 있으며, 학습윤리 안내서를 3~4장으로 요약하여 일반 노트 앞에 첨부한 ‘아너노트(가칭)’도 제작할 예정이다.
학사관리팀은 교육개발센터와 협력하는 동시에 교수들에게 ‘학습윤리 Guide’를 제공하여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교수의 역할을 환기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습부정행위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려고 했으나, 규정 제정은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고, 학생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교육위의 의견을 반영하여 내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학부총학생회 산하 전문기구인 학생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는 1학기부터 학습윤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며 학습윤리에 관해 새롭게 성찰해보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학생사회에서는 교육위와 알파가 활발하게 활동했다. 교육위는 1학기에 교수들에게 전달할 ‘학습윤리 Guide’를 만드는 데 일조했고, 교육개발센터와 학습윤리 안내서 및 과제물 표지의 피드백을 진행했다. 전체적인 학습윤리 정착의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알파는 활동 가치 중 명예에 해당하는 것으로 학습윤리를 꼽아 여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2학기 초에는 1학기에 실시한 설문조사의 표본이 1학년에 치우쳐 있다는 문제를 발견하고 학습윤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다시 시행했다. 또한, 교육개발센터와도 협력해 아너노트 제작에 앞장섰다. 앞으로는 윤리영상을 제작하고 연구윤리 과목 개설을 건의하는 등의 활동을 할 것이라고 한다.
한편, 대학 측에서는 교육개발센터와 학사관리팀 간에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학생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알파와 교육위의 교류가 약했다.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두 단체가 수차례 모임을 하는 등 협력하고 있지만, 학생사회의 요구를 정확히 대변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학습윤리에 대한 학생사회의 합의도 필요하다. 암암리에 전해 내려오는 기출문제나, 솔루션, 소스 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수학과의 경우에는 별도의 사이트를 이용하여 모든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공개를 통해 정보와 기회의 불평등을 없애는 것도 학습 윤리 위반으로 바라볼 것인가. 한편, 13학번 사이에는 ‘솔루션’이라는 페이스북 가계정이 있다. 이 가계정은 퀴즈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여러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런데 파급력이 예상보다 커지자 이것이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관리자가 한동안 활동을 중지했다. 이 계정의 활동이 과연 학습윤리에 어긋나는가. 이런 일련의 질문에 대답을 내놓기 위해서는 학생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며, 대학과의 원활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