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에서 아름다움을 찾자
뇌과학에서 아름다움을 찾자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3.11.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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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물리, 한국뇌연구협회장) 교수

‘인류 최후의 비밀’, ‘인체 내의 소우주’ 등 뇌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나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왔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벌써 꾸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금 세계의 뇌 연구의 현황은 어떤지, 또 우리나라와 우리대학의 연구 분야는 어떤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올해 한국뇌연구협회 협회장에 재임 중인 우리대학 김승환 교수를 만났다.

요즘 전세계의 뇌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올해만 해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 교서에서 ‘BRAIN initiative’라는 국가 R&D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여기서 BRAIN은 ‘혁신적인 뇌공학 발전을 통한 뇌 연구(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의 줄임말이다. 이 선언은 마치 케네디 대통령이 ‘인간을 달로 보내겠다’라고 말했던 일을 연상시킨다. 미국은 달에만 간 것이 아니라, 태양계 전체, 태양계 바깥도 탐사했고, 허블 망원경으로 초기 우주도 관측했다. 사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만든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거의 50년 이상을 최강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뇌 연구를 진행하면서 나오는 여러 접근 방법, 뇌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마음으로의 여행’을 떠나면서, 다시 50년 이상 미국을 먹여 살릴 아이템을 찾는다고 할 수 있다. 유럽과 일본도 계속 꾸준히 뇌를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뇌 연구는 과학계의 큰 화두이다.
지난 100년간 뇌를 연구하면서, 뇌를 이루는 뉴런들이 몇 개나 되는가, 어떻게 특화되었는가, 신경 정보를 어떻게 생성하는가 하는 전기생리학적 해석이 많이 이루어졌다. 뇌 회로를 전기 회로처럼 방정식을 세워 컴퓨터를 이용해 계산하면 뉴런에서 움직이는 전류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축으로는 살아있는 뇌 전체를 영상으로 보는 기술(MRI, fMRI, PET 등)이 많이 발달해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인지를 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이후로 많은 방법이 개발되면서 뇌를 세포 단위에서든, 전체 단위에서든 볼 수 있다. 성인 두 사람의 뇌를 유전자와 함께 비교하여, 사람들의 뇌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 알아보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뇌는 자연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다. 1,000억 개의 뉴런 1,000조 개의 연결을 가지고 함께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결국 의식과 같은 고급 인지 사고가 어디에 있는지 등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너무나도 많다. 이런 패턴들을 읽어내고 의미를 찾아내는 연구들이 더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뇌 연구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아쉽게도 아직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뇌 연구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올해 2월에 기공한 뇌연구센터가 내년에 완공되고, 이번 해부터 시작된 뇌 연구촉진 2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난 뒤에는 다르다. 뇌연구협회는 한국이 세계 7대 뇌 연구 강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 일원화된 연구 센터가 없고, 또 연구 역량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이제 내년에 완공되는 뇌연구센터와, 이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부분을 연구하고 있던 학계의 힘이 모여, 마치 뇌처럼 각각이 하나의 모듈처럼 작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리대학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단 생명과에서는 △동물에서 생체시계의 작용 △우울증, 퇴행성 신경질환에 관계되는 신호 흐름 규명 △전기생리학 등을 이용한 시냅스 가소성 △도파민 신호전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컴공과, 산경과, 전자과, 창공과에서도 △영상, 이미지 처리 및 인식 △뇌의 정보 처리법을 응용한 지능 로봇 설계 △인간공학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물리과에서도 복잡계 시스템을 응용하는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뇌 과학의 연구 방향에 대해 알려 달라.
뇌 과학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뇌과학은 뇌 신경계의 형성, 기능에 대한 생물학적 운영 원리를 규명하는 뇌 신경생물학과 신경시스템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여 고등인지기능이 발현되는 일을 연구하는 뇌인지학을 합친 분야로, 뇌 자체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야이다. 두 번째로 뇌의약학은 다양한 뇌 신경계의 질환을 진단, 치료하는 분야이다.
세 번째로 뇌공학은 뇌 신경계와 외부기기를 융합하여 외부기기를 조작하는 방법이나 뇌 기능 이해, 뇌 구조 영상학 등이 포함된다. 최근 뇌-기계 인터페이스 연구의 결과로 16년간 사지가 마비되었던 미국의 로빈슨이라는 환자는 본인의 뇌파로 로봇 팔을 움직여서 16년 만에 처음을 모닝커피를 자기 손으로 마실 수 있게 해 주었다.
이스라엘의 대학원생의 뇌 신호를 프랑스의 로봇에게 전달하는 실험도 진행된 적이 있다. 로봇은 영상을 전송하고 실험자는 이를 보며 로봇을 조절하는데, 재미있게도 몇 번 실험이 진행된 후 실험자는 로봇과 자신이 동화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또는 아주 도전적인 실험으로, 남미에서 쥐의 뇌 신호를 미국에 있는 쥐에게 전달하는 실험이 있었다. 놀랍게도 두 쥐는 연결되어 하나의 뇌처럼 활동했다. 만약 그렇다면 세 개 이상의 뇌가 모인다면? 이렇게 뇌과학의 연구 방향은 다양하고, 앞으로 발전 속도가 점점 가속되리라 예상한다.

정부의 연구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국가의 지원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절대적인 양으로 비교했을 때도 적지만 전체 바이오 분야 투자금 대비 뇌과학 연구 투자금 비율이 3%로, 각각 18%, 7%인 미국, 일본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다. 예전보다 뇌 과학 연구투자가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규모 면에서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무엇보다 뇌 연구는 학제 간 공동연구가 꼭 필요하기에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더 지원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뇌과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의식이란 물리학의 중요한 난제이기도 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이다.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역시 인류의 궁금증이 되어 왔다. 결국 뇌과학은 마음으로의 여정이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최고의 모험이 될 것이다. 뇌 연구는 이제 시작이므로, 우리 학생들이 뇌과학을 꽃피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