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대학은 여러 가치들의 우선 순위 변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그 노력은 매우 여러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지관리 차원에서 효율적 자원 운영과 세부적 행정 개선을 다른 한편으로는 본질적 가치 추구 차원에서 윤리 의식, 기초 연구, 그리고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의식과 체계와 행동 방식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고, 이로 인한 갈등도 존재한다.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방면에서 추진되는 이러한 변화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혹은 우선 순위에 뒤바뀜이 없는지 주의 깊게 수시로 살펴야 할 것이다.
대학의 가장 본질적 가치이자 책무는 인재 양성이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도 이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과연 우리대학은 지금 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또 적절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구성원들은 사분오열될 것이며,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공감대 형성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왜냐하면, 모름지기 대학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인재 양성이라는 기본 책무 의식이 마음속의 씨로 묻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운영상 정책적으로 어떤 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은 그 씨를 덮어둔 채, 다른 방면으로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인재 양성은 단순히 그것이 우리의 기본 책무임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저명한 교육학자 Ken Robinson은 ‘교육의 죽음 계곡에서 탈출하기’라는 TED 강연에서 죽음 계곡의 사막에는 어떤 식물도 살지 않는 듯 보여도, 적절히 비가 내리면 어느 새 묻혀있던 씨가 스스로 싹을 틔우고 식물이 자라나는 사실에 비유하여 교육에서도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이미 말했듯이 모름지기 우리 구성원들이라면 인재 양성이 기본 책무라는 인식의 씨가 마음속에 묻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정책은 그 씨가 스스로 싹을 틔울 수밖에 없고, 번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환경 개선의 중요성이 우리대학에게만 필요한 것인가? 최근 서울대학교에서는 총동창회가 기부한 목적지향성 자금으로 교육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위 사업으로 공과대학에서는 학생들의 creativity, collaboration, consilience를 강조하는 c-cube 강좌를 개설하였다. 서울대학교의 이 사업은 각 단과 대학별로 매우 다양하게, 새로운 내용과 방식의 모델 강좌를 개발, 시행하고, 이를 교내에 확산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대학 교육이 시대에 걸맞도록 새로운 철학과 방식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따라서 교육 환경 개선의 필요성은 우리대학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대학은 여러 면에서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개선 대상은 교육환경이어야 할 것이다. 환경 변화 의지를 체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나아가 구성원의 동참을 격려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정신적인 측면뿐 아니라, 물질적인 측면도 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시듯 이루어져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대학은 대학의 진정한 가치에 보다 충실한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다.이러한 내재적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대학 운영 관리 측면이나, 외형적 평가에서 보다 확실하고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확실한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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